브런치북 노란 꽃 11화

병원

by 문창승

병원에 갔다.

불편한 온기가 은은하고

병적인 백색으로 가득한.


초점을 잃어버린 채

무력(無力)과 광분 오가며 갇힌 이들은

우스운 철학에 빠져

심히 골똘한 모양새다.


나는 병을 얻었는가.

병은 얻음인가, 잃음인가.

병이 내게 온 것인가, 내가 병으로 온 것인가.


출구 없는 사색에

함께 침잠하지 않으려

구부러진 복도를 서둘러 지난다.


어느새 당도한 방 안.

눈앞의 의사는

당최 알 수 없는 표정을

기어코 내려놓지 않는다.


그는 굳게 입을 다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가만 보니 입이 없는 것도 같다.


나는 나의 병을 모른다.

끝내 모른다.

곧 죽겠다는 절망 하나만

뼈저리게 알겠다.


곧게 뻗은 복도를

한걸음에 지나 돌아오다

어느 환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의 목을 힘껏 조르니

죽음이 귓가에 칭찬을 속삭인다.

웃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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