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횸흄 Sep 18. 2023

쉬정시 완쉐이

쉬정시(서정계徐正溪, Jeremy Jones, 1985 중국)

남편을 소개시켜준 분 말로는 남편이 키도 크고 인물도 좋다고 했는데 소개팅 장소에 가서 본 그는 키도 작고 얼굴은 너무 진하게 생겨 놀랐다. 나중에 그분께 여쭤보니 본인도 만난 지가 오래되어 그런 줄 알았다나 뭐라나? 아니, 남의 인륜지대사를 그렇게 무책임하게 연결하셔도 되는 겁니까? 그때까지 나는 진하게 생긴 남자는 싫어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진하게 생긴 남자를 소개받았으니 거부감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불성설이다. 량차오웨이(양조위)도 선이 곱다고만 하긴 어렵고, 최근 좋아하게 된 훠젠화(곽건화)는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다모를 보고 좋아했던 배우 김민준을 보라, 그보다 더 진하게 생기긴 어렵다! 남편을 포함하여 교제를 한 사람들이 모조리 선이 굵었다는 게 떠오르면 더욱 당황스러워진다. 어쩌면 이상형과 호감형은 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난 아직 이상형을 못 만난 걸로 치자!


믿고 보는 배우 중에 쉬정시(서정계)가 있다. 그의 사진을 보여주면 지인들은 그냥 ‘헉!’ 하고 만다. 쉬정시(서정계)의 진하기는 저 위에 거론된 사람들을 모두 합쳤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선이 굵다. 중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언니들과의 단톡방 이름은 드라마 <차시천하>를 따서 '양양천하'인데, 그 언니들이 모두 양양의 외모를 무척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음엔 서운할 정도로 쉬정시(서정계)에게 거부감을 표현했었다.  하지만 그들도 이제는 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본 다음이니까. 그만큼 <구주천공성2>에서의 서정계는 설경공을 만들었고, 설경공도 서정계를 만들었으니 어찌 빠지지 않겠는가? 이젠 그들에게도 쉬정시는 믿고보는 배우가 되었다.


앞서 말한 <금옥량연> 속 훠젠화(곽건화)가 왕자병 코믹 연기가 매력이라면 <구주천공성2>에서 쉬정시(서정계)는 선이 진한 눈빛으로 표현하는 능글능글함이 매력이다. 훠젠화(곽건화)가 순수라면 서정계는 성숙이다. <구주천공성2>는 코믹이 아닌데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드라마 장르는 다르지만 내 웃음의 장르는 같다. 반함!  <구주천공성2> 속 설경공의 헤어스타일이 아무한테나 어울리는 게 아닌데 역할만큼이나 너무 잘 어울려서 더 반했다. <구주천공성2>를 보기 전 <봉혁>과 <위자부>에서 봤을 때도 역할을 장악하는 모습에 눈길이 가긴 했지만 역시 머릿발이 중요한지(머릿발에 관한 한 <삼생삼세십리도화>의 고위광을 보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머릿발 하나로 느끼함과 고귀함의 극단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설경공과 서정계는 동일 인물로 여겨져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사람, 정말 아름답구나!


서정계는 모델 출신으로, 서구적인 외모를 가졌는데도 고장극이 참 잘 어울린다. 머리를 틀어 단정히 올릴 때 눈꼬리까지 살짝 더 올린 무인의 모습도 잘 어울렸지만 구불구불한 롱펌에 반만 머리를 묶고 내내 허연 옷으로 등장하는 <구주천공성2> 속 신선의 모습은, 이것이 드라마인지 화보인지 뮤직비디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드라마는 여자 주인공인 풍여철의 성장담인데 남자 주인공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라 작품의 완성도 면으로 평가한다면 아쉬움이 있다.(다만 그녀가 무예를 겨루는 장면에서 보여준 유연함만큼은 존재감이 결코 약하지 않았지만) 서정계의, 서정계에 의한, 서정계를 위한 드라마였으니까.


선이 굵다는 것은 표정 연기에 있어 유리한 면이 있다. 투자 대비 효율이 좋달까? 표정을  조금만 바꿔도 효과가 크다. 쉬정시(서정계)는 그 표정 연기를 잘 활용한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날카로운 눈빛을 가졌는데,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방의 눈을 정성스레 바라본다. 그 눈빛이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나는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신기하다. 그 정성스러운 눈빛에 빠진 이가 한둘은 아닐 터, 지금 그는  <언어부> 이후 주연 배우로서 자리를 돈독히 다져서 입지가 튼튼해졌다니 팬으로서는 뿌듯하다. 물론 <언어부>에서는 내 기준으로는 눈빛에 정성이 20% 부족했다만 이후 <화유리일분>에서 눈빛을 회복했으니 그걸로 됐다. 다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너무 비슷한 작품에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하는 것이 아쉽다. 도리어 과거 능청함이 빠진 쉬정시(서정계)를 만나보고 싶어진다.


조연으로 출연한 <독고천하>에서 맡은 우문호 역할이 평가가 좋던데 아직 못 본 게 아쉽다. 보려고 했는데 마침 그때 <진정령>을 보는 바람에 샤오잔앓이가 시작되었다. 중국사 공부를 위해서라도 <독고천하>는 꼭 보고 싶은 드라마이다. 세상 나쁜 놈으로 평가받는 우문호인데 서정계가 인물을 재창조한 모양이다. 그때 만나요, 서정계 표 우문호! 난 이제 당신 손가락의 점만 봐도 설렌답니다. 뭔가 변태같은 표현인데, 다시 말하지만 드라마를 좀 보고들 말씀하시라! 그만큼 손 연기도 무척 좋다오! 완벽하구만! 완쉐이 완쉐이 쉬정시 완완쉐이!

이전 13화 마음에 훠젠화(곽건화)를 들여놓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