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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Sep 25. 2023

쉽게 앓지만 아무나 앓지는 않습니다.

중드를 볼 때마다 앓지만...

금.사.빠! 지금까지도 나는 금사빠이다. 정말 순식간에 꽂혀서 앓는다. 그리고 또다른 금.사.빠! 금세 그 사랑에서 빠져나온다. 그래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캐릭터에 빠져서 누구보다 몰입을 하며 보다가도 다른 드라마를 시작하면 앞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온데간데 없이 식어 있다. 물론 그 열정을 오래 간직하려고 일부러 다음 드라마를 미룰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딱 그 드라마 직후까지이다. 뭐랄까 이건 나라는 사람의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그 마음이 끝이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것은 배우에 대한 사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내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여러 작품을 보면서 자주 빠지고 나오고를 반복한 배우들이 있기는 하다. 정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공교롭게도 린위션(임우신)과 리우위닝(류우녕) 모두 목소리가 매력 있어 일단은 ‘고막 남친’으로 따로 저장해두었다. 무협 명작 <의천도룡기 2019>를 보면서도 주인공 장무기가 나타나기보다는 양소가 등장해 달콤한 목소리를 들려주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각종 OST에서 흘러나오는 리우위닝(류우녕)의 목소리에 귀가 걸려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시간은 또 얼마였던가! <비호외전>에서도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한 린위션(임우신)의 목소리를 드라마의 서사보다 더 애타게 기다렸으니 다음 드라마가 더 나오면 그땐 진짜 상사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남사친이 연인이 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그 외에도 <유리미인살>에서 사봉의 매력에 빠져 잠시 청이(성의)에 빠지기도 하고 <차시천하>에서는 양양에, <성한찬란>에서는 우레이(오뢰)에 반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샤오잔 그 이후를 만나지 못했다. <창란결>과 <부도연>을 보고 연속적인 왕허디의 매력에 자칫 빠질 뻔도 하였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식는 것을 보니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 이쯤되면 기준이 너무 높은 건 아닐까 싶지만 뭐 네 명도 적은 건 아니니까 콧대를 치켜 올려 세워본다. 쉽게 마음을 주되 오래 주지 않겠다는 자존심, 을 굳이 배우들한테까지? 결국은 사랑이니까!


이 높은 콧대에도 불구하고 량차오웨이, 훠젠화, 쉬정시, 샤오잔. 네 명의 배우를 한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좋아하고 응원하는 힘은 무엇일까? 우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우주에 대해 조사해보듯 드라마를 보고 배우에 대해 궁금할 때면 그들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는데 그 정보들에서 인격적인 결함이 나오면 금세 애정이 식게 된다. 잠시 앓았던 배우 A가 그랬다. 과묵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켜주는 배역이 A와 너무 잘 어울려 흠뻑 앓던 중에 그의 이름을 검색 엔진에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 상상병이 곧바로 치유되었다. 어쩌면 작은 결함일지도 모르고 오해일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노랫말을 따로 느끼기 어렵고, 역할과 배우를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배우 B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그의 출연작은 안 보게 된다.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단단함은 연기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과 삶에 대한 태도이다. 훠젠화(곽건화)가 팬들의 조공을 받지 않고 웨이보를 하지 않는 소신도 단단하다. 쉬정시(서정계)와 샤오잔의 경우 아직 젊은 배우들이라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들에게서도 나는 량차오웨이나 훠젠화의 단단함이 느꼈다. 노래든 연기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인격이 반영되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순수한 역할을 해서 아무리 큰 인기를 끌더라도 배우의 실제 모습과 간극이 크다면 그 역할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작품과 생활은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도 일리가 있지만, 그 주장에 수긍하기 전에 오감이 먼저 반응해서 사랑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실제의 모습과 겹치는 바로 그 지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그 사랑이 믿음으로 돌아올 때, 그 사랑은 오래가는 거 아니겠는가. ‘30년산 양꺼꺼 앓이’처럼 말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새로 시작할 때는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먼저 고른다. 앞서 거론한 열 명 남짓의 배우들에 자오리잉(조려영)과 싱페이(형비), 양미 등의 여배우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책을 고를 때 작가를 먼저 보고, 그것이 쌓여 전작주의가 되는 독서 습관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건 노래건 책이건, 결국은 사람이 먼저다. 그게 내가 대상을 사랑하는 첫 번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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