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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Oct 17. 2023

이토록 다양한 무협이라니

김용, 고룡을 포함한 3대 무협 소설 거장의 또다른 작가는 양우생이다. 그의 대표작인 <백발마녀전>은 우리에게 임청하의 존재를 알게 해 준 명작이지만 정작 그의 이름은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으니 작가보단 작품이 더 유명한 경우이다.  <육지금마>나 <대당유협전>의 드라마 역시 재밌게 봤지만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이라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무협 매니아들 사이에선 그의 인지도가 김용이나 고룡에 못지 않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김용만 귀에 익숙할 뿐이다. 하지만 양우생의 작품을 모아두고 보면 특별한 결이 느껴진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김용의 작품이 몇 번이고 리메이크되고, 그보단 적지만 고룡의 작품도 리메이크가 적지 않게 되는데, 양우생의 작품은 가장 최근작으로 본 것이 <대당유협전>인데 2008년 방영작이다. 2020년에 <무당일검>이 리메이크되었다고는 하지만 김용의 <비호외전>이 2022년에 만들어진 것을 비롯하여 2020년대에 종류별로 리메이크되었고, 고룡의 <표향검우>가 2018년에 방영되고, <절대쌍교>도 2020년에 리메이크된 것에 비하면 드문 것이 사실이다.  여성 고수가 주인공인 <백발마녀전>이나 <육지금마>를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해석으로 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데 제작 소식이 없어 안타깝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무협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은 지금 중드에서도 흔하지 않은 터라 현재의 여성 무협인의 롤모델을 만들어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단순히 그를 무협 소설가라고 한정짓기는 아쉽다. 더 큰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 물론, 이 두 작품은 그가 꼽은 대표작은 아니기에 순전히 편협한 나의 평가이지만 말이다.


지금도 무협 드라마들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쓰인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소설 전성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당칠공자, 묘니, 동화, 묵향동우 등 고장극 원작 작가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 역시 현재 <연화루>의 원작인 [길상문 연화루]를 한 달 내내 읽고 있는 중이다. 김용이나 고룡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깊이만큼은 따라갈 수 없지만 젊은 작가들이 시대에 맞게 발휘하는 감각적인 재미가 있다. 정통 무협이라는 말이 김용, 고룡, 양우생의 앞에 붙는 수식어라면 현대의 무협은 코믹도 섞이고, 로맨스도 강하고, 판타지도 자주 들어간다.  무와 협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을 때에는 정통 무협의 영역에서, 다양함을 느끼고 싶을 때에는 현대 무협의 영역에서 시청자는 고르기만 하면 된다.


정통 무협이든 현대 무협이든 무협의 기본은 ‘복수’이다. 하지만 정통 무협이 '복수'라는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느냐가 시청 포인트였다면 최근 무협은 복수의 여정에서 성장하거나 화해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시대가 변해 그렇게 만들어진 건지, 내가 변한 탓에 눈여겨 보는 부분이 달라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복수란 결국 남을 해하기 위해 내 인생 모두를 거는 일이다. 경중이 다르겠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일은 복수로 찰나의 후련함을 얻는 것보다 무겁다. 그렇다고 당하고만 살 수는 없고, 복수와 성장을 동시에 얻어내는 현대의 무협이 주제면에선 더 좋아보인다. 다만, 현대의 무협은 몸보다  초능력이나 말발이 성한 게 아쉽다. 아름다운 영상미는 촬영팀에 맡기고 무협이라는 장르에 맞게 몸을 더 썼으면 좋겠다. 권법이든 검법이든 하다못해 주먹질이라도 말이다.


내가 고장극을 좋아하는 건 고장극에서는 무협을 기본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꼭 무협물이 아니라해도 역사물 속 황자들도 어릴적부터 사부님께 배워 칼 들고 너끈히 열 명 정도는 물리칠 수 있고, 선협물의 신선들도 초능력에 가낀운 법술을 즐겨 쓰지먀 기본적으로 무공을 익혔다. 전쟁드라마의 장수들도 검술, 창술은 물론 권법도 능하다. 시대가 변하다보니 무협에 판타지가 가미되면서 한때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CG가 난무하던 시기도 있었지만최근의 무협물은 자연스러운 CG를 넘어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갖춰져서 보는 재미가 크다. 물론 그런 까닭에 무협 연기에 대한 감탄보다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미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감탄이 실망보다는 낫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답고 박진감이 넘쳐도 정통 무협의 활극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사람 몸이 어쩜 저럴 수가 하는 감탄과 감동을 느끼고 싶다. 이런 마음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닌지 최근에 나온 <유비>나 <일촌 상사 : 나의 소녀>와 <장야>,  <월상중화>, <설영웅수시영웅>, <설중한도행>등의 정통 무협물을 반기는 이들이 많다. 단순한 점이 장점이자 단점인 소년 협객의 이야기들은 킬링 타임용으로도 만족도가 높다. 최근 <소년강호>나 <소년가행>같은 시리즈에서 남들이 청춘학원물에서 느낄 법한 풋풋함을 느꼈다. 아, 취향이란 얼마나 벗어나기 어렵던가! 어쩌겠는가 그 어떤 사자성어보다 주화입마가 입에 착 달라붙는 것을.


원작 소설가의 이름이 무협물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세 명의 대가는 그 기준의 하나로 두고, 완성도 높은 새로운 무협물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중드가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양도 많아져 베끼다 만 것 같아 보고나서 시간만 낭비한 기분이 든 드라마도 적지 않다. 너무 많은 선택지 안에서 헤매다 주화입마에 당하지 않도록 자기만의 기준을 정해놓으면 좋다. 아, 주화입마를 금세 또 써먹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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