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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Oct 18. 2023

검타고 핸드카트 숨기고 다니는 신선이 꿈입니다

선협물

중국 신화를 이해하기 위해 [산해경]을 읽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화도 잘 모른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서 그걸 핑계삼아 생각을 접었다. 물론 이해할 자신도 없었다. 각 지역에는 그들만의 신화가 있고 그 신화는 그 지역 이야기의 근원이 된다. 북유럽 신화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토르>나 <원더우먼>을 이해하는 깊이를 결정하는 것처럼 중국드라마도 중국 신화를 알고 있으면 좀더 재밌게 볼 수 있다. 특히 선협물이 그러하다. 나 역시 제대로 된 중국의 신화를 공부하지 못했기에 정확한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오랜 중드 시청으로 나름의 배움이 있게 되어 하나씩 이해의 폭이 넓어질 때마다 환희를 느낀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화까지 공부하기엔 부담감이 크다.


선협물은 서양으로 치면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말했듯 많은 판타지들이 그러하듯 신화와 관련이 깊다. 신선이 주인공이라 주인공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고,  겁을 겪기 위해 일부러 몇 번씩 죽기도 한다. 선협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신선과 무협을 합친 말이다. 따라서 무협에 이미 익숙한 사람이라도 신선의 세계에 거부감이 들면 선협물에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반대로 중국 신선 문화를 받아들이고 나면 무협 이상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무협과 선협, 모두 놓치긴 아까운 장르이다.


 선협물에는 대체로 신선계, 요마계, 인간계로 구분된 세력들이 등장한다. 세세하게는 육계라고 해서 인간계, 요계, 마계, 명계, 신계, 선계로 나눌 수 있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보다도 더한 분류가 생기기도 하므로 간단히 나는 세 가지로 구분하여 이해하고 있다. 육계를 모두 경험하고 싶다면 <화천골>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선은 신과 선인을 일컫는 말로, 신들이 사는 천계는 천군을 중심으로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다. <삼생삼세십리도화>를 떠올리면 편하다. 천족과 각종 제군(신)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선인은 우리가 흔히 신선이라고 부르는 대상인데, <화천골>의 백자화와 같은 상선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다. 이처럼 엄밀히 따지자면 천계와 선계가 다르고 그 차이를 알려면 앞서 말한 <화천골>이나 <봉신연의>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알면 모르는 것보다야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지만 아는 데에 따르는 고통이 알아야만 느낄 수 있는 재미보다 크다면 굳이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다. 다 재밌자고 하는 거니까. 그러므로 나는 이를 묶어 신선계라고 부른다. 천군이나 상선이나 하늘에 있는 훌륭한 분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말이다.


요마계는 신선계의 반대 세력이다. 천계와 선계가 다르듯 요계와 마계도 다른 종족이다. 요계보다는 마계가 악에 더 가까우며, 요계는 요괴나 요정 그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요마계 인물은 주로 악역이 많아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마도조사>에서라면 주요 인물들을 통해 요마계를 한껏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보다보면 선악이 종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인간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 따로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들 외에 귀계가 나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요마계에 포함한다. 귀계를 말하자니 어릴 적 본 강시가 떠오르는데 중드 컴백 이후 그 어떤 고장극에서도 강시를 본 적은 없으니 문득 강시의 안위가 궁금하다. “오겡끼 데쓰까?”


선협물도 무협씬이 주를 이룬다. 정통 무협물에서는 무공의 기량에 따라 경공 능력이 달라지는데 선협물에서는 어검술과 같은 초능력을 이용해서 하늘을 날아다닌다. <날아라 슈퍼보드> 속 손오공의 스케이트보드처럼 말이다. 어검술을 <화천골>에서 보고 어찌나 해보고 싶던지, 마흔 살만 젊었어도 따라했을 거다. 하지만 마흔 살이 어려지지 않아도 선협물을 보며 간절히 원하게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법기이다. 무협물의 무협인들이 검이나 무기를 지니고 있는 것과 달리 선협물에서는 신선들이 법기를 사용하는데, 이 법기는 평소에는 몸 안에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 도력을 이용해 몸 밖으로 빼내어 활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판타지라 너무 냉정한 시선으로 감상하면 허황되다고 비웃을 수 있으나 나같은 경우는 텀블러나 에코백을 법기로 두고 살고 싶을 정도로 법기의 개념이 탐이 났다. 최근엔 핸드카트 너무 탐난다. 어검술도 하고 법기도 가진 절대무공 절세미녀 신선이 장래 희망이랄까?(지금 나이 4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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