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중인 제품에서 어느 날부터 불량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조사해보니 내가 맡고 있는 공정 변경 후로 불량률이 증가하고 있었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공정을 변경하면서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어 있었다. 상무님과 리더들과 함께 진행하는 아침 회의에서 그 문제가 논의되었다. 나는 담당자는 누구였고, 그 사람이 실수로 정보를 잘못 입력했다고 보고 드렸다. 부끄럽게도 내 잘못은 아니라는 점에 힘주었던 것 같다. 상무님은 나를 나무라시면서 이럴 때 리더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팀원들이 리더를 믿고 앞으로도 일할 수 있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됐다. 혼이 났지만 상무님이 전혀 원망스럽지 않았다.
나는 책임감 있게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담당자에게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이 논의했다. 사업부장 주관 사고 보고 회의에도 갔고(혼나는 자리), 8D 리포트도 작성하고, 동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부서 내 전파 교육도 실시했다. 한참 후에 실수를 한 담당자는 내게 그때 참 고마웠다고 얘기해 주었고, 그 이후로 한동안 내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 주었다.
상무님의 질책이 없었다면 나는 실수한 담당자 탓을 하면서 너 때문에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냐고 원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봐도 훌륭한 가르침에 그 상무님께 감사함을 느낀다. 얼마 전에 옆팀 리더가 아랫사람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해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아랫사람을 심하게 혼내면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었다. 리더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팀원들이 앞으로도 믿고 일할 수 있다는 말도 전달했다.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옮은 말씀인 거 같다고 했다.
오랜 시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상사들과 함께 일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이 책임을 지며 아랫사람을 다독이는 리더도 만나봤고, 니들이 잘못해서 이렇게 되었다며 호통을 치고 몰아붙이는 상사도 만나봤다. 누구랑 일할 때 더 열심히 일하고 행복할지 너무 분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