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

by 카푸치노

입사 초반에는 나는 어떤 일의 담당자였고, 담당하는 일만 해내면 되었다. 물론 그것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30대 중반쯤 되자 갑자기 내 앞에 많았던 선배들이 이래저래 어디론가 가버리고 얼떨결에 리더가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개발 중인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했다. 내가 맡고 있는 공정 때문에 생기는 건 분명했는데 난생처음 보는 유형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리더로서 제대로 준비가 안됐다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직급이 낮을 때는 윗사람이 시키는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 해낼 때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직급이 높아질수록 유능함의 유형이 달라진다. 리더가 되면 팀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 일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지를 구상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을 진행하는 속도보다 생각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상사들을 관찰해보니 그들도 주로 하는 일이 아랫사람의 보고 내용을 듣고 질문하는 일이 대부분의 일이었다. 역시나 생각의 근육이 중요한 업무였다.


그러면, 도대체 생각의 근육은 어떻게 해야 키울 수 있단 말인가? 그전에 생각의 근육이란 건 도대체 뭘까? 몸의 근육은 눈에 보이고, 몸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을 하면 된다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실행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는지 안다. 그런데, 생각의 근육은 좀 막막하다.


생각의 근육을 정의 내리기가 어려우니, 질문을 다르게 해 보자. 생각의 근육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내 생각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회사 임원중에 평상시에는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분이 있다. 그러나, 회의 중에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 후에 그분은 한두 마디로 대화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분의 정리 내용을 듣고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반면에,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동료가 있는데 그의 얘기는 항상 장황하다. 듣고 있으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릴 뿐이다. 둘 중에 누가 더 생각의 힘이 센 사람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핵심을 파악한다는 것은 나무보다 숲을 보면서 전체의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뭔가를 안다거나 이해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아는 것의 레벨은 다르다. 유치원생만 되어도 감자를 보고, '이건 감자야'하고 이야기한다. 유치원생들은 감자의 생김새를 안다. 그러나, 감자의 영양성분이 무엇이고, 감자는 언제 파종해서 언제 수확하는지, 감자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감자는 인류가 언제 처음 먹기 시작했고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감자의 유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 감자에 대한 앎과 이해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안다'라는 단어의 기준을 높여 매사에 좀 더 깊이 있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각의 근육이 발달한 사람들이다.


셋째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몸의 근육은 많을수록 딱딱해지지만 생각의 근육은 많아질수록 오히려 말랑말랑 해진다. 유연한 사고는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잘 받아들이고, 다른 문화도 쉽게 수용해서 본래의 자기 것과 융합해서 새로운 생각을 창출해내는 데 뛰어나다. 그래서, 뻔한 해결책이 아닌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는 책이나 신문 사설 등을 읽고 정리해 보는 거다. 생각의 힘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은 후로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책 읽기였다. 온라인 서점에서 '생각', '사고력' 등의 단어가 들어있는 책들을 검색해서 찾아 읽었고, 철학책 및 뇌과학과 배움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책 내용을 노트에 적기도 하고 책에 관한 리뷰를 쓰기도 했다. 어느 때는 책 읽는 시간보다 리뷰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비되기도 했다. 200~400페이지 분량의 책 내용을 한 페이지 내외의 리뷰로 작성하면서 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책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는 실제로 생각을 많이 해보는 것이다. 혼자서라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업무에 관해서도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상사의 질문을 예상해 보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이다.


셋째는 사람들과 많이 토론하는 것이다. 회사 사무실에는 쓰고 지우기가 가능한 탁자가 있다. 여러 가지 색깔들의 색연필도 준비되어 있다. 두 세명이 앉아 업무에 대해 토론을 자주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얘기하면 다른 사람은 거기에 다른 생각을 더 얹는다. 이렇게 토론을 하다 보면 내가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고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어렵게 작성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우리 아들이 논술 학원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다! 50대인 나는 학생 시절 이런 교육을 받지 못했고, 회사에 다니다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논술 학원에서 가르치는 공부를 진행한 거다.


그런데, 몸의 근력은 팔 굽혀 펴기나 턱걸이 등을 해보면 얼마나 근력이 세졌는지 측정이 가능한데, 생각의 근육은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나의 지난 노력으로 내 생각의 힘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가끔씩 내가 20대에는 1층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면 나이가 들수록 더 높은 층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1층에서는 자세히 보이지만 보이는 것들에 한계가 있다. 높은 층에 올라갈수록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더 멀리 보이고, 이 길이 또 다른 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이 보인다. 높은 층에 올라갈수록 많은 것들이 보여 시원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번 이런 느낌을 받았다. 뇌가 시원해지는 느낌!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건지 그나마 내 생각의 근육이 키워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토론하는 삶을 살고 싶다. 죽을 때까지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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