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꿀팁
직장생활은 수많은 회의로 진행되고, 회의 중에는 대부분 질문과 답이 오간다. 그런데, 내가 직장 생활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질문에 답부터 하세요."였을 게다. 대부분의 회의에서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 회의실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바쁜 상사들은 명쾌하고 간결한 답을 원한다. 분명히 한국어로 회의하는 것인데,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직장인들에게 답부터 말하는 게 왜 어려운 걸까?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26년간 회사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올해 4월 서울 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JTBC에서 안철수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야권 단일화가 주제였고, 앵커는 물었다.
"단일화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힘으로 입당도 하실 수 있으신지요?"
"단일화는 언제까지 완료하실 계획입니까?"
이상적인 답이라면 "예. 입당할 수도 있습니다"거나, 또는 " 입당하지 않고도 단일화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거나, 명쾌하게 대답을 하고 부연 설명을 하면 좋았으련만, 그의 대답을 듣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두 번째 질문에도 "적어도 3월 말까지는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 이런 대답이 빨리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답이 먼저 나오지 않았다. 안철수 대표를 디스 하려는 게 아니라, 안철수 대표처럼 똑똑한 사람도 질문에 대답부터 명쾌하게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거다. 사실 심한 경우 정작 대답이 다 끝났는데도 뭐라고 답을 한 건지 헷갈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질문에 답부터 먼저 하는 게 쉽지 않은 걸까?
첫 번째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게다. 질문에 대한 답을 알면 그나마 괜찮은데, 사실 직장에서의 질문은 대부분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예상을 묻는 질문이 많기 때문에 대답하기 주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고 중언부언 대답했다가는 괜히 질문한 사람 화만 돋울 뿐이다. "솔직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예상으로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는 게 그나마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솔직하게 얘기하기가 힘들어서 그럴 수 있다. "그 일은 어떻게 되어가나?"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사실 그 일은 진척이 안되고 답보 상태일 수도 있다. 혹은,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질문받은 사람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잘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거나, "죄송합니다. 제가 파악을 정확하게 못하고 있습니다. 파악 후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되는데,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변명이 먼저 튀어나온다. 우리의 뇌의 속도가 말보다 훨씬 빨라서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았을 때의 상사의 반응을 미리 예상해서 '그게요.. 갑자기 어떤 일이 생기는 바람에 어떻고 어떻고", 변명이 먼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상사는 정말로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 궁금해서 질문하는데 대답 없이 변명만 나오면 화가 나기 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솔직함이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본인이 질문 내용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아 머릿속에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하면서 답을 생각하다 보면 두괄식 대답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앞의 안철수 대표의 예처럼 언제까지 단일화해야 하는지 전에 미리 생각하지 못한 상태라면,
"선거일이 4월 30일이고, 단일화 후 선거 활동을 적어도 4주 정도는 해야 할 테니 3월 말까지는 단일화를 해야겠지요." 이렇게 답변하는 식이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3월 말까지는 완료하려고 합니다. 선거일이 4월 말이고 선거 활동을 적어도 4주 정도는 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답변해야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예상 질문을 많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회의에서 나오는 질문은 보통 발표자가 준비한 자료와 그 일에 관한 범위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어떤 질문이 나올지 미리 예상해야 한다. 필요하면 발표 자료 뒤쪽에 예상 질문에 대한 자료를 첨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가끔은 상사의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을 때가 있다. 질문의 정확한 의도가 잘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상사의 질문이 잘못된 가정하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질문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질문하신 내용이 이것이 맞습니까?"라고 한번 확인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회사 내에서 발표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대답할 때 패턴이 있다.
"질문하신 내용은 이런 내용이었고(자신이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용도),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입니다(먼저 답부터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다(대답에 대한 근거 제시)."
이런 패턴을 잘 숙지하고 발표 때마다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대답이 간결하고 명쾌하기 때문에 유능해 보이고, 이런 사람들을 상사들이 좋아하기 마련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얘져 생각이 멈춰버리는 경우도 있다. 큰 대회에 나가는 운동선수들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연습한다. 직장인들도 20~30년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니 대답에 대한 패턴도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