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이 버티는 힘이다

by 카푸치노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다. 만성 두통에 시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이러다 병에 걸리지 않을까 겁이 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감히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맞벌이 상태인 여자들은 남편 찬스를 믿고 그만두고 싶다는 유혹에 더 자주 빠지곤 한다.


고등학교 때쯤으로 기억한다. TV에서 한 영화를 보았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돈 많고 나이 든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얘기였다. 한 십여 년을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 둘은 결혼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남자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여자도 남자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남자의 사랑을 믿었기에 어정쩡한 상태임에도 별다른 불안감 없이 행복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심장 마비로 사망하게 되었고, 결혼 관계가 아니었기에 남자의 많은 돈은 여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갑자기 혼자 내팽개쳐진 여자가 초점 잃은 눈으로 거울을 응시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돈도 직장도 없던 그녀는 생계를 위해 다른 남자를 찾아 헤맨다. 그 당시 내겐 너무나 처절한 결말로 느껴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결코 남자만 의지하며 살지 않겠다고 말이다.


회사일이 힘이 들고 스트레스 받을 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았던 이유는 이때의 내 다짐이 영향을 미쳤다. 남편만 믿고 살다가 이혼할 수도 있고, 남편이 아프거나 일찍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다. 남편이 어떻게 됨에 따라 내 삶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누구의 아내로 살기보다는 내 이름으로 살고 싶기도 했다. 남편만 의지하며 살지 않으려니 회사 생활은 절박했다.


배우 윤여정 씨는 이혼 후 생계 때문에 연기 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했다. 절박함은 어찌 보면 스스로가 가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절박함이 있어야 어려움들을 헤쳐나갈 힘이 생기고 투지가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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