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들처럼 살기 싫어요

by 카푸치노

올해 입사한 후배들에게서는 열의가 엿보이지만, 입사 3년 차들에게선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입사 3년쯤 되면 취업에 절박했던 심정도 잊힐 때가 되었다. 회사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며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비슷한 삶이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 출구가 없다고 느껴진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할 생각을 하니 답답해진다. 나이 든 선배들이 사는 것을 보니 회사와 일밖에 모르는 것 같다. 그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느껴진다. 회사를 나가서 뭔가 다른 걸 할 게 있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입사초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부장님이 아들 돌잔치를 한다고 해서 의아해 선배에게 물었다. 회사일만 너무 열심히 하다 이혼당하고 최근에 재혼해서 늦둥이를 낳으신 거라고 했다. 노총각 선배들은 여자와 만날 약속을 해놓고 일 때문에 약속을 못 지켜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주말도 거의 없이 일에만 파묻혀 있는 듯한 선배들의 삶이 과거 내 눈에도 답답하고 싫었다.


한동안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회사 내 많은 돈을 받는 임원들을 보며 그들은 일을 안 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텐데, 왜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임원들에게 실제로 물어서 답을 얻은 건 아니지만, 내가 깨달은 건 그들에게는 일이 일종의 놀이라는 거였다.


일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일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는데, 일의 긍정성에 집중해 보았다. 일하는 틈틈이 내 느낌들을 잘 살펴보았다. 일에 집중해 있는 동안 살아 있다고 느껴지고 삶의 활력이 생기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힘들어도 그나마 책상 앞에 앉아 뭔가에 집중해 있는 순간, 여러 사람들과 마주 앉아 회의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순간순간들에 예상치 못했지만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너무 일이 하기 싫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날도 못지않게 많다. 하지만, 힘들어하며 산을 오르지만 그게 기분 좋게 느껴질 수 있듯, 일이 힘들다고 생각되면서도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많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런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일에 몸을 깊이 담가야 한다. 발만 담가서는 그런 느낌을 갖기 쉽지 않다. 열심히 일할 때 일 속에서 행복을 느낄 확률이 높다. 회사의 돈 많이 받는 임원들일수록 일을 통해서 재미와 행복을 느끼는 게 클 수 있겠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거에 비하면 요즘은 워라밸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덕에 근무 시간이 줄고 여가 시간이 늘어났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휴가 일수도 많이 늘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회사 밖에서의 삶도 즐길 게 많고 그런 여건들이 잘 만들어져 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는 계속될 것 같다. 부장님들처럼 살기 싫으면 부장님들보다 더 멋진 삶을 만들어가면 된다.


다만,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냥 하루 8시간을 버텨낸다고 일이 끝나지 않는 직업들이 많다. 성과를 내야 한다. 수익을 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속에서 재미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래야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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