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신입 사원 면접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기술 면접이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었다. 채점을 하다 보니 높은 점수는 모두 여자들이었다. 여자들의 발표 솜씨가 압도적으로 우수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말을 조리 있게 하고 똑 부러지게 발표했다. 많은 남자들이 버벅거리고 자신 없는 태도를 보였다. 다급하게 면접위원들끼리 상의를 했다. 합격자의 80%는 여자가 될 것 같아서였다. 어쩔 수 없이 성비 조절을 하기로 협의했다. 많은 동료들이 비슷한 경험을 얘기했다.
그런데, 많은 상사들이 여직원보다는 남직원을 선호한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신입사원이 있는데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사람을 받겠느냐고 물으면 남자를 받겠다고 한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도 여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자기 몫의 일을 하려면 적어도 3~4년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제 막 일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만두겠다고 하면 상사로서는 힘 빠지지 않을 수 없다.
2009년도쯤, 오랜만에 우리 부서로 여자 후배 4명이 한꺼번에 입사한 적이 있었다(기존 부서 인원은 40명 정도였고, 그중 여직원은 3명이었다). 다들 능력이 뛰어나고 성격도 좋아 보이는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부서에서도 오랜만의 여성 인재들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여러 가지 배려를 많이 했다. 하지만, 남편 유학길에 동행한다며 퇴사한 사람을 시작으로, 회사 생활이 갑갑해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교육 대학원엘 가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겠다고 하며 7~8년 후에는 모두 퇴사해버렸다. 그때 그들과 함께 입사했던 남직원들 4명은 모두 아직 회사에 남아있다.
십여 년 전부터 신입 사원들 중 여성의 비율이 30~40%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감소한다. 우리 팀의 성비를 살펴보니 사원급은 40%, 과장급은 20%, 부장급은 5% 정도이다. 왜 이렇게 회사에 오래 남아 있는 여자들이 적은 걸까?
한동안은 유리천장을 언급하며 회사에서의 남녀 차별이 그 원인으로 많이 지목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고 있고, 여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외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의 마음가짐도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이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여러 고비들, 유혹 및 어려움에 현명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여러 번 찾아온다.
첫 번째 고비는 입사 3년쯤 찾아온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고 회사 돌아가는 것도 파악된다. 일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학교는 중간에 방학도 있고 졸업도 있다.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 매일매일 비슷한 삶이 반복되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회사가 갑갑하게 느껴지고 벗어나고 싶다. 나이 든 선배들을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회사와 일밖에 모르는 그들의 삶을 닮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면, 여자들은 더 큰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육아를 병행하며 회사일을 하다 보면 삶이 전쟁터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 아이가 아프거나 또래보다 성장이 늦다고 생각되면 갈등은 더 심해진다.
회사 생활이 길어지면서 리더나 책임자가 되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온다.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남자들은 힘들어도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 때문에 버틴다. 그런데, 여자들은 대부분 맞벌이다 보니 남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혹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고과 점수가 좋지 않아 승진이 막막하거나 승진에서 누락되면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일의 연속성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상위 고과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 과장이나 부장 진급 때가 되어 다른 동기들에 비해 뒤쳐진 자신을 보면 자존심도 상하고, 직급에 맞는 실력도 갖추지 못한 듯한 자신의 모습에 위축되어 그만두고 싶어 진다.
어떻게 하면 이런 유혹들과 어려움을 헤쳐가며 회사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걸까? 회사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은 그만한 의미가 있는 일인 걸까? 다음부터 각각의 경우에 대해서 좀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