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율 Apr 27. 2022

고양이에 대한 우리의 마음


박주희의 엄마, 이서율의 시점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딸아이가 울고 있다 아빠의 위로를 받고 있던 딸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가 로드킬 당한 장면을 목격하였고, 충격을 받은 그 마음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생명이 꺼지는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쇼크로 인한 그 고양이가 발작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죽음의 순간이었다.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나와 딸은 함께 그를 애도해주었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우리는 그 뒤로 아무도 고양이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잊힌 걸 수도 있고, 그 기억을 잊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그 생생한 그날을 나는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그해 겨울 아들아이는 동그랗게 웅크린 새끼 고양이를 봤는데 고양이 위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딸은 내게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자고 하였고, 나는 그날을 기점으로 동네의 고양이들을 보살피고자 다짐하였다. 길고양이 밥 주기를 딸과 같이 하는 것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길고양이들의 험한 삶의 일부를 우리가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며 아무것도 모른 체 무작정 사료를 사 와서 주차장 밑에 밥 한 컵과 물을  두었다. 

 

이서율의 딸, 박주희의 시점 

#1 겨울에 고양이가 비에 젖었다.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 침을 흘린다. 침은 길고 가늘다. 

그녀는 그곳에 앉아 꼿꼿이 흐르는 침을 본다.      


#2 산수유가 허공에 흩뿌려져 있다. 그 밑에 마른 잎들이 있다. 바스러진 갈색 잎 위로 비둘기가 서성인다. 고양이 밥을 주는 여자를 보고 비둘기는 여자 뒤를 쫓아간다. 여자가 흘린 고양이 밥알을 비둘기는 씹지도 않고 그 사료를 먹어버린다. 비둘기 날개 위에 사료가 떨어진다. 깜짝 놀란 비둘기는 그대로 멈춰 버린다. 그 주변에 다른 비둘기가 모여든다. 갈색 잎은 밟혀 가루가 되어버렸다.



#3 빙판길 위의 고양이와 겨울의 새를 위해 먹이를 준비한다. 차가운 길바닥에 위로 힘차게 솟아오른 날개와

 짓이겨진 피의 덩어리 회색빛에 담고 있는 수많은 의미들이 먼지로 희뿌애진 풍경이 익숙해지는 게 끔찍이도 싫다. 이제 곧 나아질 거야. 거짓말.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새벽길을 나서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