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 다음 날 아침이면 깨끗하게 없어졌습니다. 그 다음 날도, 밤에 밥을 두고 아침에 보면 밥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고양이 혹은 다른 누군가가 먹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로 인해 배를 굶주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누군가 이 밥을 간절히 찾는다는 생각만으로 매일 밥을 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누가 먹는지 모른 채 빈 밥그릇만 보던 시간이 약 한 달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비로소 밥을 먹는 고양이가 나에게 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익명의 '누군가'가 구체적인 '상대'로 마주했던 그날의 순간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이름을 함부로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매번 약속처럼 찾아오는 그 아이를 위해 나와 가족들은 “그루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루자”는 상대방이 어떤 제안을 했을 경우 좋다는 뜻의 “그러자”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그루자”에게 뭐든 좋다는 마음, 조건 없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지어준 것입니다.
길고양이에서 “그루자”가 된 그 아이.
나는 이제 한 생명체를 위해 헌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명확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루자”가 많이 예뻤고, 이 모든 여정을 시작하게 해준 “그루자”에게 많이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