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자야, 미안해

by 여렌버핏

1. 안정된 관계의 시작

안정적인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나를 믿었는지 어느 날 그루자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나는 새로운 아기 고양이가 반갑기도 했고, 그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지기를 바라며 좋은 사료와 간식들을 챙겨주었습니다.


2. 충격적인 이별

그런 날도 잠시, 충격적인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출근 전, 비가 오는 8시 30분쯤, 평소 아가들이 오는 시간(9시 30분)보다 이른 시간에 아기 고양이 혼자 배가 고팠는지 먼저 와 있었습니다. 나는 얼른 집으로 올라가 츄르와 밥을 가져와 챙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뒤, 비가 그치고 9시 40분쯤 출근을 하려고 길을 건너는데, 길 위에 아기 고양이가 로드킬 당한 사체로 변해 있었습니다. 오열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살려줄 수 있었다는 생각, 왜 더 일찍 출근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자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3. 엄마의 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충격에 빠져있었습니다. 살아있을 적의 모습과 그의 죽음이 끊임없이 교차했습니다. 옆에 있던 지인이 다산 콜센터 120에 신고해 주었고, 사체 회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는 길에 남아 있는 아기 고양이의 뼈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그 뼈를 소중히 담아 그루자가 자주 오는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 작게 공간을 마련해 국화 꽃과 함께 두고 애도해 주었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고양이 별에 간 이틀 후, 그루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루자는 아기 고양이가 모셔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습니다. 나는 그루자에게 가서 말해주었습니다.

“그루자야, 아기가 별이 되었어. 네 잘못이 아니야, 좋은 곳에 잘 보내 줄 테니.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잘 살아 줘.”

그루자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눈을 마주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은 함께 그 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4. 헌신의 확장

아기 고양이가 고양이 별에 떠난 그날 이후, 나는 출근하며 매일매일 100일 동안 아기 고양이의 숨이 멈췄던 그곳을 보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날 이후, 길고양이 삶에 대해 잘 몰랐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밥을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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