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공간이 아니었는데도 나를 믿었는지 어느 날 그루자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나는 새로운 아기 고양이가 반갑기도 하고 그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지기를 바라며 좋은 사료와 간식들을 챙겨주었다.
그런 날도 잠시 아기 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한 사체를 발견하였고 아기 고양이가 살아있을 적의 모습과 그의 죽음이 교차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충격에 빠졌었다. 내 주변에 있던 지인이 다산 콜센터에 120에 신고해 주었다. 사체 회수가 마무리되었고 나는 길에 남아 있는 아기 고양이의 뼈 하나를 발견했다. 그 뼈를 소중히 담아 그루자가 자주 오는 곳에 두었다.
아기 고양이가 고양이 별에 간 2일 후에 그루자가 왔다. 그루자는 아기 고양이의 뼈가 있는 곳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나는 그루자에게 가서 말해주었다.
“그루자야 아기가 별이 되었어. 네 잘못이 아니야, 좋은 곳에 잘 보내 줄 테니..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잘 살아 줘.”
그루자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는진 모르겠지만 나의 눈을 마주해 줬다. 그리고 우리 둘은 함께 그 자리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아기 고양이가 고양이 별에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 아기 고양이를 잘 보내 주었고 날마다 아기 고양이의 숨이 멈췄던 그곳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
그날 이후, 길고양이 삶에 대해 잘 몰랐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밥을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더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공부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