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의 시점
퇴근 후 현관을 들어섰을 때, 스무 살의 딸아이는 아빠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그 애가 집에 오는 길에 목격한 장면은 생명이 꺼지는 순간,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의 혹독한 죽음이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고양이가 쇼크로 발작하던 모습은, 성인이 되어서야 처음 본, 견디기 힘든 죽음의 순간이었다.
나는 딸아이의 충격을 보며, 다른 어떤 위로도, 그 잔상을 없애주는 일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때, 스무 살 딸이 조용히 말했다.
"엄마, 우리가 길고양이의 삶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밥을 줬으면 좋겠어."
2. 엄마의 시점
나는 "그래, 그래 그러자"라고 답했다. 딸아이의 트라우마를 겪은 그 아이에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구원이 바로 이 밥 주기라고 생각했다. 길고양이 밥 주기를 딸과 함께 하는 그날이 우리의 10년 헌신 여정의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사료를 사 와서, 처음에는 우리 집 주차장 밑에 밥 한 컵과 물을 조심스럽게 두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의 첫 고양이, '그루자'를 만나게 됩니다.
3. 엄마의 시점
밥을 주기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난 그해 겨울, 아들 녀석이 내게 말했다. "엄마, 동그랗게 웅크린 새끼 고양이 위에 눈이 쌓였는데, 그 눈이 녹지 않았어."
4. 딸의 시점
#1 겨울비에 젖은 고양이는 웅크리고 앉아 길고 가는 침을 흘린다. 나는 그 침이 꼿꼿이 땅으로 흐르는 모습을 본다.
#2 산수유가 허공에 흩뿌려진 마른 갈색 잎 위로 비둘기가 서성인다. 고양이 밥을 주는 나를 보고 비둘기는 뒤를 쫓아와 내가 흘린 사료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먹어버린다. 비둘기 날개 위에 사료가 떨어진다. 깜짝 놀란 비둘기가 멈춘 주변으로 다른 비둘기들이 모여든다. 갈색 잎은 밟혀 가루가 된다.
#3 빙판길 위의 고양이와 겨울의 새를 위해 먹이를 준비한다. 차가운 길바닥, 힘차게 솟아오른 날개, 그리고 짓이겨진 피의 덩어리. 회색빛 풍경 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이 먼지로 희뿌예지는 현실에 익숙해지는 것이 끔찍이도 싫다. '이제 곧 나아질 거야.'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