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당장 갚아야 할 돈이 있는데 현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채권자들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의조차 어렵다면 기업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빚을 갚을 길이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된다.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은 자산을 동결한다. 채권자 입장에서 돈을 받을 수 없게 될 상황에서 회사가 망했다는 소문이 돌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책상이나 컴퓨터 같은 비품이라도 가져가 손실을 줄이려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스에서 채권자들이 부도난 회사의 비품을 가져가는 사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질서하게 회사 자산이 나눠지면 기업은 회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공중분해된다. 법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회사가 살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산을 동결하는 것이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채권자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회생계획’을 제시한다. 이는 “앞으로 이렇게 사업을 재편하고, 얼마씩 빚을 갚아나가겠다”는 로드맵과 같다. 채권자들이 “좋다, 그 계획대로 가자” 하고 합의하면 최상의 결과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계획을 인가하기도 한다.
회생계획이 확정되면 일정 부분 부채가 탕감된다. 이후 정해진 방식대로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가 된다. 문서상으로는 ‘빚을 깎아준다’고 표현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산가치를 기회비용 삼아 미래의 계속기업가치에 투자하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청산하면 약간의 자산을 건질 수 있겠지만, 기업을 살려 더 큰 가치를 얻을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채권자와 법원이 협력하게 된다.
회생은 단순히 “빚을 덜어보겠다”는 목적으로 접근하면 실패하기 쉽다. 많은 경우 채무자가 스스로 기업회생을 신청한다. 그러나 “빚을 탕감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면 사업 구조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 반대로 기업의 미래에 확실한 비전이 있다면 채권자들도 동참할 동기가 생긴다.
회생 절차는 현재의 부실을 인정하고 과감한 결단을 요구한다. 가능성이 없는 사업은 정리해야 한다. 대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권자들은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생존 가능한 사업만 남겨야 전체 경제의 파이가 커진다.
회생 과정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법원, 채권자, 법정관리인, 신규 투자자 등이 참여한다. 이는 복잡해 보이지만 공통된 목표가 있다. 모두가 “회사를 살려야 우리도 이익을 얻는다”는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이 떠올리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M&A를 논의하거나 DIP 파이낸싱 전략을 검토하기도 한다. 채권자들은 “지금 청산하면 아무것도 못 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살리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법원이 회생을 인가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회생계획을 세웠더라도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성이 없는 사업을 고집하면 다시 파산의 길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
따라서 회생의 핵심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단순히 빚 탕감을 노리기보다 “사업을 이렇게 새롭게 키울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기업회생은 단순한 부채 정리를 넘어 기업의 체질을 혁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회생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거나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기존 경영진이 교체되고, 비용 구조를 줄이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때로는 “정말 이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
결국 기업회생은 파산 위기의 기업을 위한 마지막 카드다.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리셋 버튼이라 할 수 있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실패하거나,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을 어떻게 진행하고 핵심 사업 역량을 어떻게 살릴지가 중요하다. 또한 채권자와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영자와 대주주는 회생이라는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실패를 점검해야 한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강화할지 솔직히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밟아야 부채 탕감 이상의 ‘진정한 회생’을 이룰 수 있다. 이미 부채가 쌓였더라도 필요한 사업은 살리고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회생의 본질이다.
핵심은 단순히 회사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가 미래에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모두가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협력할 때 진정한 기업회생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