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일년감에서 케첩까지

텃밭의 속사정 ⑤ 토마토

by 황반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토마토를 먹었을까? 조선 중기의 실학자 이수광(1563~1628)이 편찬한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여기에 기록되어 있는 ‘남만시(南蠻柿)’ 가 바로 토마토를 말한다. ‘남만(南蠻)’은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방의 국가들을 말하는 것이고 ‘시(柿)’ 는 감을 뜻한다. 칠레가 원산지인 토마토가 유럽, 중국을 거쳐 17세기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렇게 이름 붙여진 것이다. 아마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토마토가 감처럼 생겼지만 처음 맛보는 신기한 서양 과일쯤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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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는 다양한 토마토 레시피를 소개한 글도 찾아볼 수 있다. 1924년 이용기(1870~1933)가 쓴 요리책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 에는 토마토 샐러드, 토마토 수프를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있다. 이 가운데 하나를 원문 그대로 소개해 본다.

<도마도쌀렛 하는 법 - 일년감 삼개를 더운물에 듸처서 껍질을 벳겨서 차게 두엇다가 넙죽하게 쓰러서 그릇에 담어서 소금 늦코 설탕 차사시로 한사시만 늦코 기름 조곰 치고 초- 조곰 친후는 그게 도마도 살렛 시라하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와 표기가 있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요즘 말로 고쳐보면 이렇다. <토마토 샐러드 하는 법 - 일년감 세 개를 더운물에 데쳐 껍질은 벗겨 차게 두었다가 넓적하게 썰어서 그릇에 담아둔다. 여기에 소금을 넣고 설탕은 찻숟가락으로 하나를 넣고 기름과 식초를 조금 넣으면 이를 토마토 샐러드라고 한다. >


여기서 토마토 샐러드를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로 언급된 것이 일년감이다. 토마토가 가지과의 일년생 한해살이풀이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이 두 단어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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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



1930년대에는 토마토를 수출했다는 언론보도도 찾아볼 수 있다. 동아일보 1931년 9월 26일 자 기사를 보면 조선총독부 식산국에서는 토마토 통조림을 만들어 수출하기 위해서 대구, 인천, 부산, 원산 부근에 농촌 부업으로 토마토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정어리 어획국이었다. 정어리와 토마토가 무슨 인연인가 싶지만 동해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가공해 어유(魚油)를 생산하기도 하고 토마토소스로 졸여서 주석 깡통에 담아 토마토 정어리 통조림을 만들었다. 함경북도에서 경남 통영까지 주요 항구에는 이런 통조림을 만드는 일본인들의 공장이 들어섰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이런 음식이 남아 있지 않아 낯설지만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토마토 정어리 통조림 (トマトサ─ディ)이 많이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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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텃밭에는 상대적으로 재배가 수월한 방울토마토가 많이 키워진다.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토마토의 맛은 어떤 것일까? 토마토 하면 이 맛을 떠올리는 세대가 있다. 토마토를 썰어서 설탕을 양껏 뿌리고 냉장고에 차게 보관해 먹던 후숙 토마토가 그것이다. 그릇에 담긴 설탕 토마토를 먹고 나면 바닥에 남은 자작한 국물까지 무척이나 달콤 새콤했던 토마토의 향과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토마토는 주된 식재료로 사용해 조리해서 먹기보다는 과일처럼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또 냉장보관시설이 거의 없던 때였으니 유통 중에 무르고 상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아직은 파란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단단한 미숙 토마토를 수확해 판매했다. 당연히 후숙 시켜서 맛을 들여야 했고 여기에 설탕이 더해진 것이다.


모든 세대에 알고 있는 또 하나의 토마토 맛은 케첩이다. 60년대에는 수입 케첩과 국내 제조 케첩이 유통되었는데 아무래도 수입품은 백화점을 통해 유통되는 고급 소스였다. 국내 제조 케첩은 밀가루를 많이 섞어 품질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케첩이 모두가 아는 맛이 된 것은 1971년 8월 주식회사 오뚜기가 케첩을 제조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로 볼 수 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여러 대기업이 케첩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그 케첩 맛이 완성되었다. 오므라이스와 볶음밥, 핫도그에 뿌려 먹었던 새콤하고 달콤한 케첩 맛은 이제는 누구나 아는 토마토소스의 맛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그때나 지금이나 케첩을 만드는 토마토는 국내산을 사용하지 않고 전량 수입한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마트나 시장에서 이전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를 만날 수 있다. 일반 토마토나 방울토마토 말고도 둘의 중간 크기의 캄파리 같은 품종의 토마토도 찾아볼 수 있고 아주 빨갛게 잘 익은 완숙토마토가 더 많아졌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유통시설도 좋아졌고 파스타나 주스 등으로 사용되면서 먹는 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생산되는 짭잘이 토마토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특수한 지형에서 생산되어 짠맛과 단맛의 조화로운 풍미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당도가 높은 흑토마토 품종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식생활이 변화에 따라서 유통되는 토마토도 30여 종으로 늘어났다.


그중 제일 맛있는 토마토를 고르라면? 아마도 도시농부들은 한여름 텃밭에서 즉석에서 수확해 쓱 닦아 먹는 내가 키운 토마토가 제일 맛나다고 하지 않을까? 태양의 열매, 토마토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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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텃밭에서 자라는 방울토마토






<도시에는 키우는 방울토마토>


- 도시농부들은 노지 재배가 수월한 방울토마토를 많이 키운다. 이때 줄기와 가지 사이에 곁순이 자라는데 이게 더 커지면 또 다른 줄기가 계속 만들어져 토마토 정글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 도시텃밭에 적합한 방울토마토 재배법이 ‘한 줄 가꾸기’ 다. 어렵지 않은데 지주대를 세워주고 곁순은 자라는 데로 모두 제거하면서 큰 줄기 한 개만 키워나가면 된다.


- 이렇게 하면 도시의 좁은 공간 이용과 공동체 텃밭에서도 햇볕을 가리지 않고 양분 이용도 좋아 맛있는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


△ 곁순을 제거하고 한 줄로 가꾸는 방울토마토





이 글은 '서울농부포털(도시농업)' 에 실린 글입니다.


[작물인문학5] 토마토, 일년감에서 케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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