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탐구생활 ② 신동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식이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비빔밥. 여러 지역에 조금씩 다른 비빔밥이 있다. 황포묵에 여러 가지 고명,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는 전주비빔밥. 육회를 꼭 얹어서 비벼먹는 경남의 진주비빔밥. 이름에 비빔밥이라 들어가진 않지만 안동의 헛제사밥도 비빔밥이다.
뭐 이렇지 지명이 들어간 비빔밥 말고도 재료에 따라 불고기 비빔밥, 멍게 비빔밥, 꼬막 비밤밥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비빔밥을 얘기할 때 좀 간과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밥을 짓는 쌀이다. 여러 고명과 고추장 같은 소스가 잘 비벼지려면 밥이 너무 찰기가 강하면 안된다. 그리고 쌀알이 좀 커야 다른 재료들과 어울리는 식감을 준다. 또 밥의 단맛은 좀 은은하게 풍겨야 맛의 기본을 잡아줄 수 있다. 자 이렇게 비빔밥에 딱 어울리는 쌀이 있을까?
2017년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은 비빔밥의 대표주자인 전주비빔밥에 어울리는 벼 품종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했다. 전주의 유명 비빔밥 전문점을 대상으로 해서 어떤 쌀을 쓰는지 조사했더니 이 중 83%가 바로 ‘신동진’이라고 하는 품종의 쌀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비빔밥에 어울리는 쌀이 있었다.
신동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심어지는 쌀 품종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마트 매대에 올려진 쌀 포대에서 심심치 않게 커다랗게 쓰인 신동진이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대비해 정보는 많지 않은 편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동명의 아나운서 프로필이 더 많이 나오니 말이다. 궁금하니 직접 알아보자. 쌀 품종 ‘신동진’.
신동진의 개발
신동진은 1992년 처음 개발을 시작해 1999년 개발 완료된 품종으로 계통상은 일본의 ‘기누히카리’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품종으로 알려진 ‘칼로스’로 중간모본을 만든 후에 다시 ‘화영벼’라는 품종과 인공 교배해 만들어진 품종이다. 이후에도 몇 년간 F2에서 F8까지, 그러니깐 계속 우수한 종자를 골라서 키우는 방식인 선발육종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1999년 ‘신동진’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중대립종으로 쌀알이 큰 것이 특징이고 충남 이남의 내륙 평야지대에서 적응하도록 개발되어서 지금은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품종이 되었다.
이름 때문에 이전에 전북지역에서 많이 키워지던 ‘동진’을 개량을 품종이라는 정보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80년대에 개발된 ‘동진’은 알려진 다수확 품종으로 많이 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동진은 이를 대체할 만 하다고해 이름만 ‘신동진’이 된 것이지 유전적으로 ‘동진’을 개량한 것은 아니다.
신동진 스토리
그런데 이 신동진은 개발되고 재배되는 사연이 꽤 재미있다. 지금도 가끔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쌀의 원산지 둔갑 문제에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수입쌀을 국산 쌀로 둔갑시키는 것이야 많이 알려져 있지만 국내산 쌀도 이런 일이 있다. 가격이 싼 지역의 쌀을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있어 가격이 높은 경기미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일명 ‘포대갈이’라고 한다.
특히 2000년 이전에는 전북지역의 쌀의 지명도는 전국 최하위였다. 이걸 이용해 불량 유통업자들이 전북지역 쌀을 헐값에 매입해서 고가의 경기미로 포장지만 갈아 입히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농민의 손해도 크고, 또 지역의 이미지도 좋지 않게 되었다. 거기다 경기도 역시 고품질 정책의 경기미 역시 여러모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5년 전북 군산을 중심으로 ‘군산쌀 제값 받기 프로젝트’를 시작됐다. 첫 번째로 그동안 재배되던 여러 품종을 '신동진'으로 단일화하기 시작하고 품질관리와 홍보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신동진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밥쌀용 쌀 중에 쌀알이 제일 컸기 때문에 쌀알이 작은 ‘추청’이 주류였던 경기미로 속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안으로도 금방 차이가 나니 경기미로 둔갑되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 때 맞게 곡물 도매상들로부터 밥맛이 좋고 초밥용으로 좋다고 입소문이 돌면서 식당 판매용으로 소비가 늘지 시작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맛있는 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일에 힘입어 꾸준히 생산량이 늘어 2018년부터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쌀이 되었다. 참고로 2018년 전국 쌀 재배면적 순위는 신동진이 17%로 가장 많이 재배되었고 그다음이 삼광, 새일미, 새누리, 추청 순이다.
신동진의 맛
소비자에게 필요한 품질과 맛에 대한 수치를 보면 아밀로스 함량이 18.6%, 단백질 함량이 7.6% 로 사실 수치로만 보면 최상의 미질은 아니다고 볼 수도 있는 수치다.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밥맛이 좋다고 하고 품질표시도 단백질 함량이 6.0 이하여야 수, 6.1~7.0 구간은 우, 7.1 이상은 미라고 표기하니, 이런 기준의 수치로만 본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신동진'의 밥맛에 대한 평가는 아주 다르다. 이 '신동진'의 씹는 식감과 구수한 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품질표시는 사실 참고용으로 생각하고 여러 품종의 쌀 중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걸 찾아나 가거나, 또는 조리방식이나 요리에 맞는 걸 찾아 나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니겠나 싶다.
실제 밥을 해보면 일단 쌀알이 굵다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찰기는 좀 적지만 향이 좋고 씹는 식감이 훌륭하다. 쌀알이 서로 달라붙어 있지 않아 국물에 비벼도 좋고 라면에 말아도 아주 그만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비빔밥이나 볶음밥, 덮밥, 김밥, 국밥 등에 두루두루 어울린다.
신동진 Summary
1. 특징
- 쌀알이 굵고 크다. (중대립종)
- 찰기가 적다.
2. 밥맛
- 씹는 맛이 좋다.
- 구수한 단맛
3. 추천 음식
- 비빔밥, 덮밥, 국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