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밥에 고깃국, 아끼바레, 추청 (あきばれ, 秋晴)

밥맛 탐구생활 ⑤ 추청

Sep 30. 2021

경기미를 대표하는 쌀 품종 중 하나인 추청,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아끼바리’나 ‘아끼바레’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신 분이 많다. 추청이 일본에서 도입된 품종이어서 그런 것인데, 아끼바리는 입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음이 편해 와전된 이름으로 보인다. 일본어 그대로 하면 아끼바래가 맞는 표현. 현재는 한자로 그대로 써서 추청으로 정착되었으며 글자 그대로 맑은 가을 하늘이라는 뜻이다.

개발과 보급 : 일본에는 없는 일본 품종

추청은 일본의 아이치현 농업연구소에서 처음 개발된 쌀이다. 아이치현은 일본 중부에 위치하고 있고 나고야시가 현청 소재지인 지역이다. 여기에 있는 아이치현 농업연구소가 꽤 유명한 곳으로 우리나라 농업인, 공무원, 농협 등등 농업관계자 분들도 자주 견학을 가는 코스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경기미의 대표 격인 추청은 이 아이치현 농업연구소에서 1962년 개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69년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50년 동안이나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 경기도에서는 일본 품종을 국내 개발 품종으로 전량 교체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이 추청을 이제는 우리나라에 완전히 토착화된 품종으로 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 25일경 모내기하면 8월 19일에 벼이삭이 나오고 10월부터 추수가 가능하며 충청도 이상, 특히 경기도에도 많이 재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개발되고 키워진 품종이지만 이제는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키워지는 품종이다.

경기도에서 많이 키워지는 추청 (아끼바레)

추청의 맛 : 이밥에 고깃국

추청의 맛은 역시나 찰기라고 할 수 있다. 단백질 함량이 6.6%이고 아밀로스 함량은 18.8%로 밥을 했을 때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향도 좋고 식감은 쫄깃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차진 맛이 강하다. 거기다가 호화 온도도 낮아서 어느 용기를 사용해서 밥을 지어도 밥맛이 좋다. 호화 온도란 쌀에 있는 전분이 익어서 밥이 되기 시작하는 온도를 말하는데 보통 이 호화 개시 온도는 60도~80도 사이로 이 온도가 낮으면 고온의 압력솥이나 무쇠 가마솥 같은 게 아니라도 상당히 맛있는 밥이 되는 것이다. 추청이 평균적으로 맛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객관적으로 차지다는 맛 이외에도 추청에는 정서적인 맛도 담겨 있다. 일본 도입품종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50년 이상 키워지면서 한 세대와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밥에 고깃국이란 말이 있다.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동경하는 걸 은유해서 하는 표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차진 맛에 배고팠던 한 시대를 풍미한 역사까지 가지고 있는 쌀이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추청은 재배 면적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추청의 미래

이 차진 밥맛의 대표 격인 이 추청을 몇 년후에는 먹지 못할 수도 있다. 2019년 4월 9일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는 추청 같은 일본 벼 품종의 재배를 줄이고 국내 개발 품종으로 대체해 나가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의 벼재배면적 7만 8천12 헥타르 중 64%가 추청,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같은 일본 품종이다.

더구나 추청은 3만 9천 핵타아르로 경기도에서 재배되는 쌀의 반을 차지한다.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는 못하면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지고 또 일본 품종이 경기미 브랜드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경기도 신품종을 개발해 왔는데 최근 많이 보급되는 참드림 같은 신품종이 그것이다. 추청이나 고시히카리를 대체할 만큼 밥맛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이를 보급해 이제는 일본 품종을 줄이고 경기도 신품종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