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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i의 마음일기 May 30. 2024

[투병일기] 6.내 안의 어린아이를 놓아주고 싶은데..

_상처받지 않은 영혼으로 살아가고 싶다_

나는 꽤 엄했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다.

예의범절을 중시하셨고, 첫째로서 동생을 잘 돌보고

부모님께 잘하는 그런 딸이 되기를 희망하는.

물론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어도,

난 언제나 ’네가 첫째니까 잘해야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서인지 키가 늦게 컸던 나는

동생보다 키가 덜 클까봐도 무서웠다.

동생과의 비교는 이미 어릴때부터

일상이 되었고, 그 어린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어른들이 미웠고,

상처를 받았다.


무조건 동생보다 잘해야 했고,

키도 커야 했고,

뭐든... 나아야했다.


왜 나만 그래야 했을까?
왜 다들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아직 내 마음속에

다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자꾸만

되뇌이며 홀로 운다.


그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아버지의 일이 힘들고 가세가 기운 것

같은 느낌이면 난 알아서 발벗고 나섰고,

동생 뒷바라지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으나

돌아오는 건

“누가 그렇게 하래?” 라는 그 한마디.

외면당한 나의 노력과 배려와 희생이

아직도 씻기지 못한 상처로 남아

가끔 문득문득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그 와중에 글은 그런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수단이자,

내 마음을 가장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다.

주변에선 대부분 본인들의 이야기를 내게 쏟아놓고

그 용건이 끝나면 한동안 연락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일상을 궁금해하거나 물어봐주는 이가 없다는 것도

참 서러운 일이기도 하다.

잘 지내냐는 말은 그저 자신의 말을 하기 위한

작은 빌드업일 뿐.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살기 위해서.


이렇게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도저히 숨쉬고 살아갈 용기도,

이유도,명분도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나를 조금이나마 ‘나’로서 인정해주는

그 한마디가 간절해서.


내 안의 어린아이가 위로받고,

행복을 찾아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주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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