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나의 위경련
중3 때부터였을까?
건강하던 내가 갑자기 시꺼먼 토를 하고,
위가 꼬이는 기분을 처음 느끼던 때가...
고열에 시달리고, 한 여름에 40도가 넘는 열이
수액으로도, 얼음팩으로도 내려가지 않아
갓잡은 생선마냥 펄떡이며 덜덜덜 떨었던 때가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렇게, 처음 신경성 위염과 위경련을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거의 매 달
열과 구토를 달고 살았던 거 같다.
조금만 신경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지도 못하고, 마신 물까지 다 게워내야만
겨우 구토를 멈출 수 있었고,
덕분에 살이 쭉쭉 빠지기도 했다.
남들에게 별 것 아닌 일들도,
나에겐 뭐가 그리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속으로 삭이기만 해서였을까?
그렇게 점점 위의 상태를 나빠졌다.
학생때였으니 그렇게 몇 달을 고생하고
좀 살만하면 또 떡볶이며, 과자며, 빵이며
밥대신 군것질을 하고,
학업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어떻게 살았는지
감히 되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시간들이었다.
대학에 와서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지만 ,
잠도 안자고, 공부한다고 먹는 시간도 아낀다고
과일주스나 강냉이 등 간단한 것들만 먹으면서
겨우 연명하며 살아냈으니 멀쩡한 게 이상했다.
물론, 이때도 섬유근통의 증상은 있었고,
응급실도 자주 실려갔지만, 위장장애가 심각하다는
진단 외에는 따로 진단 받은 건 없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이러한 증상이 모든 게 섬유근통의 한 증상이기도 했고,
점점 하나씩 늘어가던 병명도 이와 연관이 없지 않다는 걸
아주아주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위경련과 더불어 역류성식도염을 앓으며
사람이 단시간이 이렇게까지 체중이 줄 수도 있구나를
온 몸으로 경험했다.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하며 겨우겨우 몇 달에 걸쳐 회복하고
재발하기를 꽤 오랜시간 반복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전히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너무 힘들 때면
묵직한 위통이 오고 명치를 누군가 팔꿈치로
‘퍽’ 때리는 듯한 통증으로 ‘윽’소리도 못내고
힘들어 하기도 한다.
뭐, 나름의 경험치 덕분에 상비약엔 항상 ‘진경제’가 있고
그걸 먹고 나면 한결 나아지는 편이긴 하다만,
자꾸만 소화가 안되고 약도 잘 안내려가는 경험을
최근 몇 년 전부터 급격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먹는 양이 많은 편도 아니라서,
조금만 많이 먹으면 바로 얹히기도 하고,
급하게 먹으면 100% 체하는 타입이라
가방에 항상 소화제가 들어있을 정도로 잘 체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음식이 아닌
약이 안내려가서 등을 치고 ,
가슴을 치고 , 배가 터져라 물을 마셔도
나아지지 않아서 양방, 한방 병원을 다니며 치료도
해봤지만 , 침 조차도 버티기 어려워 바로 빼달라고
울기도 했더랬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한의원에서도 내시경을
권하셨는데, 스스로도 내시경을 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알고도 있지만, 섣불리 할 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
막연하게 그저 뭔가 안좋은 결과를 들을까봐
겁이 나서 선뜻 못하고 있는 것도 있다.
_모르는 게 약이다_ 라는 생각으로 혼자 알아서
일반의약품으로 버티고 있지만,
확실히 위의 능력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일테니.
큰 병은 아닐지라도, 그저 부정적인 결과가
막연히 무섭기도 하고,
괜히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그저 알아서
약먹으며 조절하곤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런지.
별 거 아니라면 별 거 아닌 일인데
왜 위 내시경은 이렇게 무서운걸까?;;
할 때마다 용종을 떼내기도 해서 위의 통증이
좀 세게 오는 편이기도 하다만,
딱히 그 통증이 무서운 건 아닌데 말이다ㅠ
올해가 가기 전에...
위 내시경을 해야 할테지만,
쫌 많이 무서우니까 내년에 할까...?
그 전에 매운 거나 좀 끊어야 하는데,
이것마저 끊음 나는 무슨 낙으로 살지ㅠ
이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10월의 시작을 보내는 중.
후...
고통없는 삶이 언제였는지 이젠 기억도 안나는데,
언제쯤 맘편히 살 수 있을라나 ㅋㅋ
부디 앞으로는 좀 편해지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
알아서 몸은 좀 챙기며 살아야지.
(진짜 이거 말만하지 마라.. 쫌)
이제, 진짜 젊은 몸뚱이가 아니니까 조심해야지...
오늘도 약이 안내려가 가슴을 치며
자기 성찰도 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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