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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i의 마음일기 May 08. 2024

[투병일기] 3. 치유의 시간이 필요해

-몸과 마음의 여유를 위해 나를 들여다보기-

허리는 다 틀어지고, 골반도 틀어져있네요.
고관절도 문제가 좀 있고, 각 관절 안쪽이 나이대에 비해 닳아있어요.


2년,3년?

아무튼... 나는 개별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하나하나 봐주다가


“으윽..!!!”


도저히 허리를 펼 수가 없어서 나는 공강이 생긴 틈을 타 근처 정형외과로 달려갔다.

거의 엑스레이를 20장을 넘게 찍고나서 진료실에 들어가 내가 들었던 이야기.


놀랍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허리가 펴지지도 않았기에 안좋은 상태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을테니.

이미 10년동안 판서를 하면서 척추 측만증이 생긴 건 알고 있었고, 어차피 예상한 결과였기에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수치료를 권했으나, 난 난치성 통증으로 인해 어렵다하니 얼굴이 바뀐다.


물리치료사가 저주파 치료를 하고 나오니 살짝 도수치료 맛보기를 보여준다고 하기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살짝 맛(?)을 봤다.

의사는 상태를 묻고, 내가 그 소리가 들릴만큼 가까이 있음에도

 “손만 대도 아프다던데요?”

라는 말들이 들렸다.



음, 뭐...

나와 같은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갈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처음도 아니고,

이런 걸로 썩 상처도 받지 않는다 ,이젠.


겉은 멀쩡해 보이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인해 아프다고 말하거나 혹은 내가 작은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면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겠지.




그런 내 상태가 이젠 뼈마디와 허리, 골반마저 제 기능을 하기엔 너무 무리가 많았나보다.

난 그저, 열심히 살아야하는 줄 알았다.

누군가 나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자연스레 학습이 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각자의 자리에서 늘 열심히, 그리고 으 맡은 바 일을 너무나 충실히 하신 분들이기에 나 역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나에게 시키지 않았어도 알아서 열심히 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짰고 그걸 실행했다.


중간중간 넘어지고 깨지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며갖가지 사기도 당하는 등 사람에게 많이 상처받으며, 그렇게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병들어가고 곪아가는지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알면서도 모른 채로.


그 당시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프다고 해야 할 일을 안하는 건 태만이라고 생각했다.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게 나의 소임을 다 하는 일이고 그것이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했다. 나름 나는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소임과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사명감에 불타는 사람이기에 아파서 일을 못하는 건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하다가 응급실에 실려가도, 전날 응급실에 실려갔어도 어김없이 출근했다.


"이러다 진짜 죽어요"


라는 말을 들어도 약으로 버티고 깡으로 버티며

꽤 오랜 시간을 일하며 얻는 성취감에 취해 그저 하루하루 더 바쁘게, 열정적으로 살았다.

내 몸은 그런 나를 위해 어떻게든 있는 힘을 다해 버텨주었나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임계치에 다 달았다.


허리 통증 뿐 아니라 무릎이며 성한 곳이 하나도 없어서 내 생에 가장 큰 결심을 했다.


나를 치유할 시간이구나, 이제부터

지난 날의 나는 어떻게든 바쁘려했고, 나의 사명감이 채워질 때까지 달렸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안쓰러워하는 시선을어쩌면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여기저기 툭툭툭 고장이 나서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 신호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리곤 다시 달렸다.


이런 나는 어쩌면 2년안에 걷지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그저 열심히 살아야할 것 같아서 열심히 살았던 것이 내 몸에는 엄청난 죄를 짓고 있는 일이었기에 지금이 아니면 도저히 나중에는 손 쓸 수 없을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무조건 지금이어야 했다. 사실 2년이 아니라 2일 안에도 못걸을 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모든 관절은 우드득 소리를 내며 나를 간신히 버텨주고 있기에...

모든 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도 한 몫하고 있으니 지금이 아니면 엄청난 극단적인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아 내질렀다.


운동을 하기로.


참고로 나는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외에는 정말 운동의 'ㅇ'자와도 친하지 않다. 운동신경도 둔했지만 그냥 운동이 너무너무너어어어무 싫고 힘들어서 나에게 운동은 벌칙보다 더한 존재(?)였다.


이런 내가 운동치료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세상에서제일 맛있는 라면을 끊겠다는 결심보다도 강도가 세다. 이 운동을 통해 정말 눈물 콧물 다 짜겠지만 일단 해보려한다. 교수님도 찬성하셨으니.


몸도 마음도 이완하며 치유할 시간이다.‘라고 다짐 후

그렇게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숨쉬기, 근육이완 등의 가벼운 개인교습이었지만 결국 난 10회를 다 마친 후 재수강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 시험기간이라서요.
방학이라 특강을 해야해서 시간이 없어서요.
등등...

참 다양한 이유로 난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2년..3년이 흘렀다.

학원을 정리하면서 또다시 허리가 말썽을 부려 MRI를 찍고 보니.. 허리도 허린데 꼬리뼈가 부러졌던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생각보다 헐랭이인 나는 잘 넘어지는 편이라,

언제 어디서 다쳤는지 모르겠으나...

암튼 ‘ㄴ’자로 꺾인 꼬리뼈가 꽤나 안쓰러웠다.

허리는 디스크가 터지기 직전이었고...

결국 통증이 너무 심해 신경차단 주사를 맞았다.

(비급여라 이 날 하루 병원비는 진짜 ‘헉!’소리가 났다.)

그래도 통증이 가라앉으니 살만했는데...그것도 한 달이 최대치였나보다.




재밌는 건 나는 학원을 운영하면서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병행했고, 그 과정에서 간절하게 공부하고픈 분야가 생겼다.

그래서 시간이 많아진 작년부터 그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오랜시간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까지 보고 있으니, 이번엔 목이 난리다.

참 나...

공부하고 싶다고 나는!


결국 나는 두통과 더불어 어지럼증으로 인해 앉아있지도 못했고, 구토를 할만큼 목 통증으로 인해 한동안 너무 힘들었고 전문병원으로 전원하여 또 검사를 했다.


MRI를 보니 암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목은 디스크가 터져 흘러나와서 다른 신경들을 건드리고 있었다.

결국, 신경차단 주사를 맞고 3개월이 지난 현재...


또 다시 내 목이 내 목이 아니다.


게다가 허리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목부터 해결하자던의사선생님의 말씀이었는데 허리도 마찬가지 상황.

특히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 날에는 온몸이 코끼리가 밟고 간 것처럼 아픈 건 기본이다.

아침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기도 힘들기에, 그때 의사선생님께사 주사로 안되면 시술이랬는데...

사실은 좀 무섭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자면 25일에 시험이 있으니 뭐든 안하던 걸 하면 안된다... )


그치만 ,

그래도 요즘은 내 몸 상태를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

가장 먼저 책상도,의자도 허리와 목에 무리가 안가게끔 싹 바꾸고,

매일 1시간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으니,

난 괜찮을 것이다.

아니, 무조건 괜찮아야 한다.

아직 하고 싶은 공부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기에.


완연한 치유는 아니지만,

점점 나를 돌아보고 아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요즘.

부디,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매일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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