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2-03】 10/260 참된 용기와 외교전략
【01-02-03】 10/260 참된 용기와 외교전략
제나라의 선왕이 물었다.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 지켜야 할 도리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맹자가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큰 나라로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탕왕은 갈나라를 섬겼고, 문왕은 ‘곤’이라는 작은 나라를 섬겼습니다. 오직 지혜로운 사람만이 작은 나라로 큰 나라를 섬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태왕은 훈육(獯鬻)이라는 작은 나라를 섬겼고, 구천은 오(吳)나라를 섬겼습니다. 큰 나라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자는 하늘의 이치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작은 나라로 큰 나라를 섬기는 자는 하늘의 이치를 삼가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하늘의 이치를 즐기는 사람은 천하를 보호할 수가 있고, 하늘의 이치를 삼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나라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경』에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므로 나라를 잘 보존하도다’라고 했습니다.”
왕이 말했다.
“참으로 위대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과인에게는 병통이 있습니다. 과인은 용맹함 좋아합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사소한 용맹을 좋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칼을 쥐고 노려보면서 ‘저놈이 감히 나를 당해 내겠는가!’라고 말하는 것은 필부의 용맹으로서, 겨우 한 사람을 대적하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용맹을 크게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시경』에 ‘왕이 크게 노하시어 이에 그 군대를 정비하시고, 거(莒)나라를 침략하는 적을 막고 주(周)나라의 복을 두텁게 하여 온 천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셨네!’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문왕의 용기입니다.
문왕은 한 번 노하여 온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또『서경』에는 ‘하늘이 백성들을 이 세상에 내리실 때, 임금을 세우고 스승을 세운 것은 오직 상제를 도와 온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방에 죄 있는 자를 벌하고 죄 없는 자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오직 나에게 책임이 달려 있으니, 천하 사람 중에 누가 감히 그 뜻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당시 주(紂)왕 한 사람이 천하에 제멋대로 행동하자 무왕은 그것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이것은 무왕의 용기입니다. 무왕은 한 번 화를 내어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하셨습니다. 이제 왕께서도 한 번 화를 내시어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신다면, 백성은 도리어 왕께서 용맹을 좋아하지 않으실까 걱정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양혜왕-하-03】
齊宣王이問曰 交隣國이有道乎잇가 孟子對曰 有하니 惟仁者아 爲能以大事小하나니 是故로 湯이事葛하시고 文王이事昆夷하시니이다惟智者아 爲能以小事大하나니 故로大王이事獯鬻하시고 句踐이事吳하니이다 以大事小者는 樂天者也오 以小事大者는 畏天者也니 樂天者는 保天下하고 畏天者는 保其國이니이다 詩云畏天之威하야 于時保之라하니이다 王曰 大哉라言矣여 寡人이有疾호니 寡人은好勇하노이다 對曰 王請無好小勇하소서 夫撫劍疾視曰 彼惡敢當我哉리오하나니 此는匹夫之勇이라 敵一人者也니 王請大之하소서 詩云 王赫斯怒하야 爰整其旅하야 以遏徂莒하야 以篤周祜하야 以對于天下라하니 此는文王之勇也니 文王이一怒而安天下之民하시니이다 書曰天降下民하야 作之君作之師하샨든 惟曰其助上帝라 寵之四方이시니有罪無罪에 惟我在커니 天下曷敢有越厥志리오하니 一人이橫行於天下어늘 武王이恥之하시니 此는武王之勇也니 而武王이亦一怒而安天下之民하시니이다 今王이一怒而安天下之民하시면 民이 惟恐王之好不勇也리이다
제선왕이문왈 교린국이유도호잇가 맹자대왈 유하니 유인자아 위능이대사소하나니 시고로 탕이사갈하시고 문왕이사곤이하시니이다 유지자아 위능이소사대하나니 고로대왕이사훈죽하시고 구천이사오하니이다 이대사소자는 낙천자야오 이소사대자는 외천자야니 낙천자는 보천하하고 외천자는 보기국이니이다 시운외천지위하야 우시보지라하니이다 왕왈 대재라언의여 과인이유질호니 과인은호용하노이다 대왈 왕청무호소용하소서 부무검질시왈 피오감당아재리오하나니 차는필부지용이라 적일인자야니 왕청대지하소서 시운 왕혁사노하야 원정기려하야 이알조거하야 이독주호하야 이대우천하라하니 차는문왕지용야니 문왕이일노이안천하지민하시니이다 서왈 천강하민하야 작지군작지사하샨든 유왈기조상제라 총지사방이시니 유죄무죄에 유아재커니 천하갈감유월궐지리오하니 일인이횡행어천하어늘 무왕이치지하시니 차는무왕지용야니 이무왕이역일노이안천하지민하시니이다 금왕이일노이안천하지민하시면 민이 유공왕지호불용야리이다
【해설】
1. 이웃 나라와 관계를 잘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강성했던 진(晉)나라가 위(魏), 한(韓), 조(趙) 세 나라로 나누어지고 여기에 네 나라 진(秦), 초(楚), 연(燕), 제(齊), 등이 전국칠웅이 되어 서로 전쟁을 일삼고 있었다. 각국은 살아남기 위해 합종과 연횡을 일삼아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소진은 합종책을 주도했다. 서쪽 지역의 최강국으로 등장한 진(秦)의 위협을 막기위해 조(趙)·한(韓)·위(魏)·연(燕)·제(齊)·초(楚) 등 6국은 종적으로 연합한다. 이에 진(秦)나라는 장의(張儀)에게 6국을 설득하여 진과 6국이 개별적으로 횡적인 평화조약을 맺도록 하는 연횡책을 주도하게 한다.
2. 제선왕은 제나라가 큰 나라인데도 작은 나라를 잘 섬겨야 한다는 맹자의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섬기면 약소국은 강대국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웃 나라와 관계가 좋으면 평화가 유지되어 나라가 안정된다는 외교전략을 제시했다. 그리고 큰 용맹과 작은 용맹을 설명하며 정적 제거나 권세 강화를 하는 작은 용맹을 부리려 하지 말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의 평화롭게 하는 큰 용맹을 발휘하라고 권한다.
3. 『논어』「자한」편에서 공자는 “슬기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슬기롭고 어진 사람은 분별력도 있어서 백성이 행복하도록 평화로운 방법을 찾는다.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거나 이익을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용감한척하는 무모한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인의(人義)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4. 오늘날에서 국제관계와 외교전략은 중요하다. 외교전략이란 국가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외교 전체와 관련된 기본방침을 말하며, 전술이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작은 나라다. 미국과 군사동맹, 중국과 경제교류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세계질서를 보는 안목과 식견을 가지고 국익을 고려하여 이웃 나라의 상황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요즘은 경제교역과 외교전략, 그리고 국가안보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4자 안보대화인 쿼드(Quad)를 2007년부터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이 정기적으로 정상 회담을 하거나 정보 교환 및 회원국 간 군사 훈련에 대한 전략적 대화를 하고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관계를 고려하여 쿼드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전략은 철저하게 국익과 명분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과거처럼 우리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지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경제력 세계8위, 군사력 6위이다. 이러한 위상 변화 속에서 우리의 외교전략을 좀 더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더 강화하더라도 지정학적 강점을 활용하여 경제교류, 국가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감정과 기분으로 외교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작은 용맹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외교전략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큰 용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