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하랑 Sep 11. 2021

강아지 옮기기

정말, 봉사입니까?

잘 있니?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유기 동물 이동 봉사’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이버를 검색해 알아본 후, '포인핸드'에 가입하고 ‘이동 봉사’ 카테고리를 들락거렸다. 


봉사였지만, 나는 그 봉사마저도 까다롭게 골랐다. 

내가 장거리 출장을 가는 날과 일정이 맞을 것, 출장을 가는 장소와 가까울 것,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도착지가 있을 것, 너무 큰 동물은 피할 것.


출장 일정이 잡히고 계속 들여다본 화면에는 커다란 개들, 비행기를 타야 하는 녀석들, 나와 행선지가 너무 다른 동물들이 가득했다. 할 수 없는 조건과 하기 싫은 조건들이었다. 


며칠을 계속 보다 아주 작은 아기 강아지를 서울까지 데려와 달라는 임시 보호자의 글을 보았다. 출장지에서 한 시간 정도 이동해야 했지만, 그 외 다른 조건은 모두 수용할 수 있었다. 몇 시간의 고민 끝에 임보자에게 연락을 했고, 처음으로 이동 봉사를 하게 되었다. 


강아지는 이미 공고 기간이 끝나 안락사 위기에 처했지만, 동물 병원에서 임시로 맡아 돌봐주고 있었다. 병원에서도 더 지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천사 같은 임시 보호자가 나타났고, 그 거처가 서울이었던 거였다. 




회사에서 출장지까지 세 시간을 내리 달렸다. 출장지에서 강아지를 데리러 다시 한 시간 반을 이동했다. 작은 시골 마을의 동물 병원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는 너무 작았다. 너무 작아서 깜짝 놀랐다. 한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생명체, 털이 보드랍고 따뜻하고, 무서워서 낑낑 우는 살아 있는 강아지였다. 


옆 좌석에 작은 박스를 두고 푹신한 담요도 깔아 두었지만, 강아지는 좀처럼 박스 안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 몸으로 그 안을 기어 나오려고 버둥댔고, 제 몸집보다 크게 울어댔다. 어쩔 수 없이 무릎에 둔 채로 운전을 했다. 무릎 위에선 얌전히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하고 가끔 만지는 내 손을 핥기도 했다. 


녀석이 추울까 봐 에어컨 온도도 높이고, 음악 소리도 줄이고, 천천히 서울로 올라오니 벌써 밤이었다. 약속 장소 근처에 차를 대고 강아지와 눈을 맞춰봤다. 동그랗고 까만 눈, 두려움과 기대감이 가득한 눈, 이 사람이 내 주인일까 궁금해하는 눈. 


곧 임보자가 나타났고, 옆 좌석 문을 열어주자마자 녀석은 그에게 가려고 내 품을 울면서 기어 나왔다. 참 신기하지, 제 엄마를 그렇게 알아보다니. 아주 조금 서운했지만, 내겐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았다. 난 내가 편할 모든 조건을 고려해 너를 데려오기만 한 거니까. 


가끔, 꼬맹이가 잘 있는지, 임보처를 떠나 진짜 평생 가족을 만났는지, 얼마나 컸을지 궁금하다. 


그 후로 나는 아직 이동봉사를 하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내가 편할 조건에 맞는 봉사 자리를 찾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모두의 거짓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