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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08. 2021

해외 생활 12년 차, 인종차별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

INNOCENT TILL PROVEN GUILTY


나는 사람이 대체로 그렇게 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황이 그랬을 뿐.


나는 실패도 많이 하고 거절도 많이 당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정말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마음속이 지옥이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그 사람의 문제.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




어떤 사람은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들으면 기분 나빠하며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문화 차이일 수도 있다. 손님은 왕이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한국식 고객응대가 당연하게 느껴져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직원의 말투가 불친절하게 느껴지고 거슬릴 수도 있다.


그 사람이 못 알아들어도 다시 되물어보고, 내 주문을 받았다면, 그냥 그 사람은 주문받는 일인 자기 업무를 한 것뿐이다. 친절하면 좋겠지만 전화상담이나 창구 업무처럼 팁을 안 받는 곳이라면 동기부여가 안될 수도 있고.


단순하게 안 들렸을 수도 있다. 조금 더 크게 말하면 들릴 수도 있다. 완벽한 문법의 문장을 말하는 것보다 핵심 단어 하나만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도 있다. 그게 직원 입장에서 편할 수도 있다. 나의 목적은 일처리이지, 사랑하는 고객님 대접받으러 가는 건 아니니까.




또는 반대로 영어를 잘한다고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어보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톰 홀랜드가 에릭남에게 너 영어 진짜 잘한다~ 어디서 배웠어? 했을 때 암 어메뤼칸~ 이라고 대답하는 인터뷰가 화제였다. 진짜 몰랐으니까 물어봤겠지 자기도 외국어 배우고 싶었나 보다 외국어 실력자네 생각하면 나름 선의에서 나온 질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종이 다르면 한국어를 잘할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외국인처럼 생겼는데 한국어로 말 몇 마디 한다면, 한국어 잘하네~ 하면서 서비스 주고, 더 마음 쓰며 챙겨주는 게 한국의 '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으로 귀화했거나, 외국계이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한국어를 잘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으니까. 의도는 더 잘해주려고 하는 것인데 말이다.


다만 외모가 다른 인종이라고 언어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상대에 대한 비난을 한다거나,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대화에서 배제시키는 경우가 있다면 분명한 인종차별이겠지?




그러니까 이건 다 내 이야기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도 그렇게 피해의식이 깔려 있었다. 자격지심? 열등감 폭발? 발작 버튼이었을까? 그렇게 가장 쉬운 방법으로 나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피해자가 되기는 가장 쉬우니까. 내 탓이 아니니까. 내 책임이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은 이 나라에서 제 역할을 다 하며 당당하게 인생을 즐기며 사는 거였는데,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면 행복할까?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도 있고, 내가 인종차별받는다고 믿으면서 살 수도 있다.







이것도 인종차별일까? 더 많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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