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양치에서 양치 무법자가 되기까지
한국에는 있지만 미국에는 없는 문화. 제가 한국 문화 중 가장 그리워하는 문화! 한국인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문화! 바로바로 점심식사 후 양치 입니다 ㅎㅎ
한국에서는 학교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당연하게 했던 일인데 더 이상 못하게 되다니! 회사에서 12시에 점심 먹고 다 같이 옹기종기 화장실에서 양치하잖아요 ㅎㅎ 저는 예전 사무실에서 칫솔도 공구하고 치약을 다 썼으면 빌려주거나 하기도 했거든요! 아 이렇게 동료애(?)가 싹트는 양치~ 을매나 좋게요!
저는 지금 사무실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동안 별 신경 안 쓰고 양치를 하고 싶을 때 했거든요. 양치하지 말란 법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하면 안 되는 거면 누군가가 말해주겠지 하고요. 그리고 저희 사무실이 직원용으로 변기와 세면대가 모두 있는 1인 화장실을 썼기 때문에 누가 옆에서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어서 편하게 양치를 했지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다시 출근하게 되니, 양치하기가 영 귀찮더라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 안 하다 보니 이주, 삼주, 양치 없는 무법자 생활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한국도 다녀오고 친구가 옆 사무실에 입사해서 점심시간마다 외출했다 오느라고 시간이 없어서 양치를 벌써 몇 달째 못? 안? 했죠 ㅎㅎ
그러던 어느 날, 둔둔둔! 싱크대에 침 뱉지 말라는 문구가 붙었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양치할 때는 없었는데! 일단 저 침 뱉은 사람은 저는 절대 아니에요 ㅠㅠ!! 일단 양치하려면 뱉어내야만 하니까, 긁어 부스럼 낼 거 없어서 저는 양치를 안 하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왠지 궁금해졌죠. 이 사람들은 원래 점심 먹고 양치를 안 하는 건가? 3년 만에 생긴 의구심. ㅋㅋㅋ
제 개인적인 분석으로는... 국민들의 근무환경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너네는 왜 양치 안 하냐고 물어봤을 때, "집에 가서 하면 되지, 그럼 치약 칫솔 치실을 들고다녀?" 라는 질문을 되받았거든요.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건 양치할 집이 없어서라고 오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회사에서 양치도구를 두고 다니잖아요. 제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근무환경의 차이었어요.
한국의 야근!!!!! 우리는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양치를 할 수 없는 환경인 거예요! 어차피 야근할 거고, 하루 종일 양치도 못할 거면 그냥 회사에서 하는 거죠. ㅋㅋㅋㅋㅋ 저녁에도 해야 할 건데 까짓 거 점심에도 하고~ 그리고 우리는 회사에서 하루 온종일 사니까, 자리에 살림을 차리잖아요. 제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실내화며 렌즈 도구며 화장품이며 싹 다 챙겨놨거든요. 그러니까 양치 세트도 당연히 회사에 이미 있죠! ㅋㅋㅋ
근무환경 완벽하지 않은 건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특이점은 바로 점심시간의 길이예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12시-1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법으로 보장해주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점심시간 규정이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20분-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ㅠㅠ 제가 사는 하와이 주는 점심시간이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법에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대충격! 밥은 맥여야 하는 거 아입니꺼!) 그런데 회사 재량으로 8시간 근무 시 30분 무급으로 점심시간을 줄 수도 있다고. 그래서 점심 때는 다들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스시, 과일, 커피 같은 간식 개념으로 조금만 먹고, 퇴근하고 저녁을 비교적 성대하게 먹는다고 해요. 그냥 간단하게 후딱 먹어서 딱히 양치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냥 민트나 껌을 씹는다고.
그런데 저는 한국인 밥심이라 점심 조금만 먹으면 너무 배고프거든요 ㅠㅠ 한국에서는 점심시간에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고, 회사 식당이나 학교 급식도 정말 잘 돼있잖아요. 그래서 점심 한 끼 맛있게 잘 먹고, 양치를 하는 거죠. 한국 음식에 마늘이나 고춧가루 같은 향신료가 많이 사용되니까 입냄새 방지 차원에서요 ㅎㅎ
아무튼 집에서라도 치실도 열심히, 양치도 열심히, 우리 모두 건치 미남 미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