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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7. 2022

추억도 미련도 안녕!

물건들에게 마음으로 작별 인사하는 방법




제가 올 초 짐 정리를 하면서 가장 큰 일을 했어요. 바로 추억이 가득 담긴 편지와 상장 성적표 추억의 물건들을 비워냈습니다! 뭔가 내 과거와 그 시기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은 느낌에 제가 이민 오면서도 고이고이 싸가지고 왔던 물건들인데요. 사실 몇 년 동안 잘 꺼내보지도 않고, 어차피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저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큰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거의 모든 서류와 편지, 옛날에 현상한 사진들을 미련 가득한 고화질로 스캔해놓고 핸드폰으로 계속 꺼내봤어요. 사연 많은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물건 자체는 보류함에 넣어 안 보이게 보관하면서 사진을 계속 꺼내보고 물건도 가끔 꺼내보고 하다가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때쯤에 실제 물건을 비웠어요. 


그러고 나서 발견한 사실은 결국 내가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핸드폰과 노트북이고, 편지들도 디지털화하니 오히려 더 자주 꺼내보고 읽어보고 추억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실물은 없는데도 마음으로 더 깊게 소중하게 즐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 후에 다른 시각으로 물건들을 보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게 되는 그런 물건들이 꽤 있었고,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어요.


저의 경우에는 너무 비우는 결과에만 몰입하면 물건을 보내줄 때 작별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해 오히려 더 미련이 남아서 착잡했거든요 오히려 질리도록 쓰고 만지고 보고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물건인지 아닌지가 확실해질 거예요. 그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이 물건들에 왜 미련이 남는지 다른 물건들과 무엇이 다른지, 어느 추억과 연관되어 있다면 그 과거의 일이 얼마나 나에게 큰 의미였는지, 만약 이 물건이 없다면 잊힐 추억인지, 그렇다면 그게 정말 나에게 중요한 일인지 등등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는 과정을 겪어가면 조금씩 초월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거기에 탄력받아서, 편지와 선물들도 마음으로 보내주었습니다 : )


처음에는 시어머니께서 주신 '선물'인데 절대 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시어머니께서도 제가 억지로 시어머니 취향에만 맞춘 물건들에 둘러싸여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원하실 것이라고 믿기로 했어요! 시어머니께서도 제가 사는 집에서 제가 행복하기를 바라실 테니까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 후 비우거나 남편이 보관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이 주는 에너지가 엄청나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 아끼는 물건 애지중지 하는 물건들은 존재 자체로도 나에게 힘을 주는데, 내가 싫어하는 물건들은 집 안에 아무리 꽁꽁 숨겨두어도 그게 우리 집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받죠. 그래서 정말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겨야 합니다. 


저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정리할 때마다 제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도 함께 정리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정리하는 행위 자체를 정말 좋아합니다. 지금 제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건들을 소중히 여겨주고 싶어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하게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지진이나 쓰나미 났을 때 금방 챙겨서 도망 나올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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