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벽증을 고쳐준 하와이 생활? 반 강제 자연친화적인 우리 집
남편이 처음 먼저 이사오던 날, 저희 집의 모습입니다! ㅎㅎ 원래는 이사 가기 전 임시로 살기 위해 계약했던 스튜디오였어요. 그런데 벌써 5년째 이곳에 살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ㅎㅎㅎ
지난달, 2주 반 정도 집을 비우고 돌아오는 날 타로를 봤어요. 제가 뽑은 세 장의 카드는 이기지 못할 싸움에 괴로워 하지만 깨달음을 얻고 평화를 찾는다(?)와 비슷한 풀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혹시나 남편과의 싸움? 직장 내에서의 다툼? 싫은 사람이 생기려나? 어떤 고난과 역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마음 졸였었죠ㅠㅠ
그리고 집에 온 첫날부터 짐 정리하며... 2주 반동안 남편이 편하게 잘 살았던 흔적들을 청소하며 깨달았어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 이기지 못할 싸움은 바로 곰팡이! 물때! 먼지! 그리고 벌레!!!!!
제가 집을 비우기 전에도 락스로 박박 다 닦아놨던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심지어 샤워 커튼에까지!! ㅜㅜ 주방의 싱크대와 냉장고, 스토브까지 싹 다 번쩍번쩍 닦아놨는데도! 청소기 먼지통은 꽉 차 있고 바닥에 먼지가 소복소복~~
이렇게 강제(?) 자연친화적인 저희 집이 처음에는 너무너무 스트레스였어요 ㅠㅠ 부동산에 말해도 여기서 그 정도는 다 그렇다고만 하고 ㅜㅜ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위장병에 편두통까지 생겨서 병원까지 다녀왔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그냥 내가 아무리 유난 떨고 깨끗하게 청소해도...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ㅠㅠ 싶더라고요.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고 월세인데 뭘 그렇게 손이 부르트도록 청소하나 싶어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시력이 안 좋은데 집에서는 그냥 안경도 안 쓰고 흐린 눈으로 대충 사니, 또 그게 살아지더라고요 ㅎㅎ 당장 변기가 더러워도 물은 내릴 수 있고, 샤워실이 더러워도 나는 씻고 나올 수 있고 하니까요. 빨래도 그냥 어차피 공용 세탁기에 하니까 다 섞어서 한방에 해요.
아무튼 뭐든 쉽지 않은 이곳에서 결벽증이 강제로 고쳐지고 비자발적으로 관대해질 수 있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희는 기본만 하자 (기본의 정도 역시 엄청나게 서로 타협하고) 합의 봤어요 ㅎㅎ
아직까지 제가 지키는 정리의 기본은
1. 버리기, 비우기
2. 안사기 (있는 거 쓰기)
3. 같은 종류끼리 모아놓기
4. 쓰고 제자리에 두기 (바닥 비우기)
5. 세로로 정리, 3등분 정리
이정도 입니다 : )
이 공간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용해서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이 공간이 얼마나 새하얗고 얼마나 깨끗한지는 나중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집이란 게 사람이 살아야 의미가 있지, 나와 남편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편하게 쉴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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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