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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an 21. 2023

개인주의 남편, 차라리 전 남편이었더라면?

우리 상상이혼 했어요

개인주의 남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은 결혼했어도 아내를 위해 바뀔 의향이 전혀 없고, 아내가 아무리 힘들어해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믿으며, 아내가 상처받았다고 해도 상처받을 필요가 없는데 상처받는 건 네 선택이라고 말하는 남편.


만약 이런 개인주의 남편이 차라리 전 남편이 된다면 내 마음이 더 나아졌을까? 차라리 전 남편이라면 그 인간이 그래서 이혼했잖아! 이혼하길 정말 잘했지! 하는 후련한 마음이 들었을까?




존중하는 법


1. let it go


결혼과 이혼에 대해 공부하면서 읽었던 책 중, 이런 질문이 있었다.


“우리가 이혼 후에는 어차피 완전한 남남이 될 텐데, 이 사안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가?”


이혼했다면 남편이 어떤 행동을 하던지 실상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진다. 나에게 거짓말을 하던, 교묘하게 사실을 숨기던 알빠 쓰레빠다. 그러니 누가 맞고 틀리고, 뭐가 거짓말이고 진실이고, 시시비비를 가를 필요가 없었다.


결혼생활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고, 둘 사이의 합의가 필요할 뿐이다. 주변에서 누가 뭐라 하든, 그게 시어머니든 친구든 불특정다수든 간에, 부부 당사자만 괜찮다면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내가 괜찮다면 다 괜찮아지는 거고, 내가 문제 삼으면 그제야 문제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착각 속에서 산 적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문제 삼지 않았고, 스스로 생각조차 안 하고 내 의견을 가지려 하지도 않았었다.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 우리는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지만, 나는 속으로 썩어가고 있었는데도 스스로를 방치하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이것 역시 건강한 해결방안이 아니었다.


그 책에서는 협의이혼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했다. 대부분 재산분할과 친권/양육권 같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우리는 재산도 없고 아이도 없었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이혼한다면 법적으로는 아주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아무리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도 우리의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될 것 같았다.


나의 입장 : 너는 외도가 아니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너의 행동이 외도라고 느껴져. 나는 너의 행동에 상처받아서 이혼하는 거야.

남편의 입장 : 나는 외도라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느낀다니 정말 유감이다. 상처를 받는 건 너의 선택이고 이혼하는 것도 너의 선택이야.


우리는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었다. 어느 한 명이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의 대화는 평행선으로 이어지는 무의미한 말들의 반복이었다. 우리가 이혼하더라도, 이혼하지 않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넘사벽에 부딪혀 갈 길을 잃었다. 그다음은 이혼이었다. 만약 우리가 결혼을 유지하기로 선택한다면, 벽을 옆으로 두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2. let it snow


남편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 항마력을 높이는 훈련 같았다. 남편에게 사랑받는 방식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문제가 전부 해결되지는 않았으니까. 남편은 여전히 교수님과 연락했고, 나는 남편이 교수님과 연락할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또 교수님이 아니더라도 다른 “친구”는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으니까. 이건 불가항력이었다. 자연재해였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든 해야 했다. 내가 남편과 교수님의 관계에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그보다 더 나은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외계인에게 잡혀서 17대 1로 대치중인 상황이라면? 만약 내가 지금 당장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중이라면? 만약 내가 모든 불치병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해서 지금 여기에서 노벨상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중이라면? 나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고작 남편과 교수님 때문에 망칠 것인가?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그 시간을 전부 채워야 했다. 나는 나를 바쁘게 굴렸다. 회사에서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더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퇴근 후에는 헬스장에 가서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달렸다. 주말에는 알바를 구하거나 봉사활동을 나갔다. 집에 오면 머리가 닿자마자 잠들 정도로 피곤하게 만들었다. 여건이 되면 한국도 다녀오고 다른 도시로 여행도 다녀왔다. 하고 싶었지만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갔다.


나에게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괴롭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를 때면 얼른 다른 생각으로 전환해야 했다. 그렇기에 나는 의식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을 되새김질하듯 떠올렸다. 어린 시절 추억과 사진들, 또는 먼 미래에 50대가 된 내가 이루었을 꿈들. 오늘 나를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이나 주말에 뭐 하고 놀아야 재밌었다고 소문날까 하는 상념들.


그리고 나는 교수님과, 교수님과 연락하는 남편, 그리고 그런 남편을 옹호하는 시어머님을 보내줬다. 손절했다기에는 어차피 교수님은 나에게는 연락이 없었고, 그냥 내 마음에서 보내줬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나만 신경 쓰지 않으면 어차피 나에게는 없는 사람 같은 존재였는데, 그동안 나만 너무 전전긍긍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어머님의 연락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놓아주고, 그 텅 빈 마음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로 채워나갈 수 있어야 했다.




남편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실천하기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편에게 내가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없다고 바로 포기해버리지 않고 일단 기다리는 일 역시 엄청난 자제력이 필요했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사랑을 받아야만 하고, 또 그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도 매 순간마다 의식적인 노력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남편에게 알리려는 의도는 전달됐다. 나는 남편이 주고 싶은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남편이 바라는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 과정에서 나도 참 많이 바뀌었다.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했던 나에게 상당한 수용력과 인내심, 그리고 안정적인 마음의 상태를 연습할 수 있었다. 대인관계에서도 작은 일에도 화르륵 불타오르며 조급해했었는데, 조금 더 여유 있고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실제 했던 노력들

1. 대화

- 말하는 법

- 듣는 법

2. 감정

- 알아채는 법

- 표현하는 법

3. 현재

- 최선을 다하는 법

- 만족하는 법

4. 배우자

- 인정하는 법

- 존중하는 법

5. 행복

- 기대하는 법

- 허용하는 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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