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Jan 22. 2023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결혼이라는 인생의 여정 중에서 벽을 만났다. 함께 힘을 합쳐 벽을 부숴버리거나, 벽을 타고 넘어가 전진할 수도 있고, 벽 앞에서 짧은 여행을 끝내버릴 수도 있다. 또는 미로를 빠져나오는 방법처럼, 벽에 손을 붙이고 나가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벽의 존재를 인정해 버리기.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면 왼쪽은 언제나 하늘 높이 솟아있는 벽일 뿐이지만 오른쪽은 나무가 울창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을 보고 가는지는 나의 선택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문이 생길 때가 있다. 그 문을 열지 말지 역시 나의 선택이다. 그 문을 지나치더라도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을 때도 있다. 문을 열기가 두려워 한참을 망설이다 보면 문이 사라지기도 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도 칠흑 같은 어둠만이 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남편이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해줬을 때도 있고, 어느 날엔 남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을 때도 있었다. 벽은 더 이상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내가 원한다면 문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우리 결혼생활에서 점점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 행복하고 사이도 좋은데 왜 이런 글까지 쓰는지 물으면 이것은 아마 내 마음 문제일 것이다. 그 일들이 일어났던 날, 처음 발견했던 날, 또 다른 배신을 당했던 날, 우리가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던 날... 외도 극복 수업에서는 그 날짜가 돌아올수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어떻게 대비할지 미리 계획해 놓는 것을 추천했다. 트라우마처럼 남은 마음의 상처를 완벽하게 극복한다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냥, 나도 나 스스로를 다독거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내 감정을 이렇게라도 풀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허용하는 법


1. 결혼하면 행복할까


그래 어쩌면 이게 잘된 건지 몰라 서로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할 테니
나이가 들어 주름살이 하나둘씩 늘어갈 내 모습을 넌 볼 수 없겠지
삶이 너무 힘들어 지치고 세상에 찌들어가는 그런 모습 감추고 싶은 모든 걸 서로 보이지 않아도 돼
제발 너에게 부탁할게 우리 사랑하던 기억들 하나도 잊지 말고 이 세상 동안만 간직하고 있어 줘
모든 시간 끝나면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그때 그 모습으로 다음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 015B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노래. 헤어졌어도 아름다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해 달라는 가사.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를 노래한다.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의 결혼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이유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만약 3년 전 락다운이 없었고 법원이 폐쇄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우리가 이혼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행복했을까? 우리가 과거가 되고 추억이 되어버리면 미화됐으려나?


어쩌면 함께 늙어가며 주름살이 드는 모습, 삶에 지치고 세상에 찌드는 모습을 보는 게 결혼의 특권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순간만이 아닌 세월의 풍파를 직격을 맞은 얼굴도 서로 사랑스럽게 바라봐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게 결혼이었다. 트라우마가 있어도 행복도 있고 어떤 형태로든 사랑이 남아있다면 그게 진정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결혼하면 행복하다는 말은 결혼한 뒤에도 행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들였고 실제로 행복하기로 선택했다는 뜻이다. 이 세상 수많은 부부들에게는 그 수만큼의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고, 그들 역시도 행복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겠지.




2. 이혼하면 행복할까


“애 없을 때 이혼하라”는 말은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들 중 하나이다. 물론 진심으로 나를 위한 조언이겠지만, 나는 사실 아이가 없으니 이혼을 고민하고 있지만, 역으로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고 이혼했을 것이다.


성인인 나는 나의 가치관을 선택하고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나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고,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남편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판단할 수 있고,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반성할 수 있다.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일 것이다. 만약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아이의 정상적인 가치관 확립을 위해 내가 결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정상적인 가치관이라는 것이 결국 내가 믿는 나의 기준이기 때문에... 무엇이 아이에게 가장 좋을지는 사실 모르는 거겠지... 오히려 아이가 없을 때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위안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우리는 이혼할 수도 있다. 남편은 아이를 원하지만, 나는 그동안의 결혼생활을 비추어 볼 때 남편과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 졌다. 나는 아이가 없어도 괜찮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각자 원하는 삶을 찾아 헤어져야 하겠지. 남편에게 자기 자신을 닮은 아이를 품에 안는 감격적인 순간이나,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벅찬 행복을 내가 박탈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임신, 출산, 육아가 결혼의 목적이라면 우리는 이혼하는 것이 맞다.


남편은 아이에게는 분명 좋은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좋은 남편이 되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남편의 아내로 남는다면, 아내인 나에게 남편은 내가 원하는 좋은 남편이 되어주지 못할 것 같다. 아니다, 이것 역시 남편에게 한계를 씌우는 나의 부정적인 평가일지도 모른다. 남편은 지금처럼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겠지만,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지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내가 만약 용기를 내서 아이가 주는 행복을 나에게도 허용한다면, 그만큼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실제 했던 노력들

1. 대화

- 말하는 법

- 듣는 법

2. 감정

- 알아채는 법

- 표현하는 법

3. 현재

- 최선을 다하는 법

- 만족하는 법

4. 배우자

- 인정하는 법

- 존중하는 법

5. 행복

- 기대하는 법

- 허용하는 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이전 12화 개인주의 남편, 차라리 전 남편이었더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