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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Feb 29. 2024

사랑받는 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2/28/24 너무 오랜만에 글을 썼더니 자판이 어색하다

옛날에는 남편의 무능력을 탓하며 원망했다면은 지금은 아무 감정도 들지 않게 되었다. 네가 그렇지 뭐. 역시나 안 되는구나. 무능력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또 최선은 다하고 있으니까. 누군가에 대한 미움도 원망도 다 상대에게 그만큼 기대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금, 이제 이혼할 때인가?


하지만 남편은... 얼마 안 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불행을 동시에 끌어내는 사람이다. 다정하고 한결같은 사람.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머리가 꽃밭인 사람. 일생이 걱정에 불평불만이었던 나에게 정말 참신하게 다가온 사람. 나에게 원한다면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




남편은... 시험이 끝나면 유명한 호수가 있는 관광지에 여행 갔으면 좋겠다며 벌써부터 달떠있었다. 시험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벌써부터 시험을 잘 마칠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랄까.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매년 놀러 갔었던 좋은 추억이 있다며, 시험 준비하느라 몇 년간 못 갔었는데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고. 마치 그 나무로 지은 아주 오래된 오두막집에, 전기도 수도관도 없고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에 내가 자기 덕분에 초대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행운인 것 마냥.


어쩌면 나는 내가 남편처럼 살고 싶었기 때문에, 남편을 놓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편의 꽃밭을 닮고 싶어서. 남편이 꽃밭이라 내가 스트레스받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남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했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았을까? 나보다 더 걱정하고 나보다 더 스트레스받는 사람과 함께였다면 내가 꽃밭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가끔 남편의 낙천적인 성격에서 위로받는다. 나 같으면 울컥 화가 날 상황에서도 언제나 차분하게 해야 될 일을 한다. 나였더라면 불타올랐다가 금방 사그라들지라도 스트레스받을 상황을, 그냥 별 일도 아닌 채 차분히 물 흐르듯 넘어간다. 남편과 있으면 차가운 엘사 손에 오른 부르니 (불의 정령 도마뱀) 처럼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스트레스받는 상황들이 터무니없었던 것도 아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열렬히 공감해 주고 당연하다고 생각해 주는 그런 일인데, 오히려 나보다 더 화내주고 나를 더 위로해 주는 그런 일인데. 그럼에도 불과 불이 만나 활활 타올라 재가 될 때보다, 불과 눈이 만나 사르륵 사그라들 때 더욱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감정조절 하는 법 3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그렇다 나는 화를 내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내가 화가 나고 스트레스받는다고 느껴지는 것은 반대로 내가 무언가를 엄청나게 원하고 있었다는 뜻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나는 사랑받고 있었다. 누군가는 나를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고 있었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그리고 남편도. 내가 마음을 열고 손을 뻗으면 언제든 잡아 줄 사람들이었는데도 나는 부러움에 숨기만 했었다.


매년 가는 한국인데도 갈 때마다 환영받으며 먹고 싶다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 주는 그 정성.

평일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만나 유명한 핫 플레이스를 골라 소개해주는 그 친절.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연락을 이어가 주는 그 마음.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후회를 하고 어떤 행복을 느끼든

항상 그렇게 곁에 남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

그만큼 나도 그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아주 확실한 증거.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껏 어리광 부릴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마음껏 투정 부려도 받아주고 어리광 부리고 애교를 피워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어떤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남편은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항상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주는 존재. 하트 모양을 보면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내가 귀찮아하는 장보기 밥하기 설거지하기를 도맡아 하며, 자잘하고 소소하게 나를 여러 면에서 챙겨 사람.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내가 콜라를 입에 달고 살고 있으면 Liquid IV 수분보충 음료를 타주고

내가 패스트푸드를 너무 많이 먹으면 요거트나 비타민을 디저트로 주고

내가 사탕이나 과자를 너무 많이 먹고 있으면 과일을 잘라서 준다.




사람의 온기와 손길

몸을 감싸는 포옹

등에 닿는 쓰다듬

잠결에 느껴지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기척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숨소리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

챙김을 받는다는 든든함

돌아갈 곳이 있다는 위안


나도 남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데... 나는 눈앞의 현실에 이렇게나 흔들린다. 남편과 헤어지면 후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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