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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2. 2024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남편을 사랑하지만 불안한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행복한 순간 동시에 불안이 엄습했다. 


남편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변하는 게 왜 두려울까? 

이제까지 내가 원하던 게 그거였는데... 

남편의 변화를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나는 남편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냥 남편이 변하기만을 바랐다. 

남편이 문제이기 때문에 남편이 변해야 한다고 철썩같이 믿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완전체라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이후의 상황은 너무나도 멀어 보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남편이 변하면 나는 무엇을 바랐을까? 나는 무엇을 원했을까?

남편이 변했는데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을까?

내가 원하는 결혼생활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이루었을까?




나는 두려웠다. 


내가 행복해야 할까 봐. 

내가 만족해야 할까 봐. 

지금이 최선일까 봐.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나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 

그런데 이게 최선이라고? 


나는 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말로는 원한다고 했던 모든 것을 이루었거나, 또는 이루는 과정에 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남편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이건 남편 문제 일까, 내 문제일까? 


진짜 변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였나?


나는 왜 스스로를 행복하게 놔두지 못할까?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요즘 내 마음을 딱 맞게 표현한 노래가사. 


내 마음에 비바람이 한차례 몰아치고 가면,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온다. 비바람이 칠 때는 보이지 않던 남편의 모습, 남편의 장점과 남편의 노력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잔잔해져야만 볼 수 있는 한결같은 남편. 남편은 그렇게 그 자리에 있다. 크게 변하지도 바뀌지도 않은 채로.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채로. 언제나 똑같이 그렇게 자기만의 자리를 지킨다.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자기 자신을 최고로 대해주는 걸 참 잘하는 우리 남편.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중요한 사람.


취업 준비 중이라도,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이력서도 내고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건강이 최우선이라 감기에 걸리면 푹 쉴 줄 아는 사람.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너그러운 사람.


그런 남편에게 오늘 상태 나아 보이는데 이제 다시 공부라도 시작해야 되지 않겠냐고 물어봐도,

아직 다 낫지 않았다며 속 편하게 낮잠을 잘 수 있는 사람.

스스로를 최고로 대해줄 줄 아는 사람.




그러니까 이 비바람은 전부 내 마음에 있다. 남편이 일으킨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이다.


장기취준생인 남편의 취업 준비 기간을 문제 삼는 것도,

남편이 아프다고 할 때 걱정되는 마음보다 공부를 못할까 봐 불안해지는 것도,

나도 하루종일 일하고 왔는데 집에서 편히 쉬는 남편에게 화가 나는 것도,


전부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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