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호인, 아내에겐 (정서적) 폭군
바보야 너 또 호구 잡혔어. 10분 정도 도와달라는 줄 알고 갔더니 10시간을 일 시키는 게 정상이니? 너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하루종일 일하고! 그게 친구야? 그것도 새벽 1시까지? 으이구 답답아 네가 거기서 그거 하고 있을 때야? 니 일이나 해, 제발 호구 잡히지 좀 말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10시간을 무슨... 우리 돈 필요 없고 그런 일도 필요 없어. 니 일이나 잘해!!!
몇 주 전에는 외국에서 손님 오셔서 하루종일 의전(?)처럼 모셔드리고 왔더니, 그다음 날 그분 SNS에 “현지인”이 관광시켜 줬다고 ㅋㅋㅋ 멍충아 너 호구야 사람들이 너 이용해 먹는 거야 너를 친구로 생각했으면 현지인이라고 부르겠니? 니가 가이드야? 왜 가이드 취급하는 사람을 따라다녀... 진짜 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참.
몇 년 전 어떤 분 개.인. 프.로.젝.트.를!!! 회사 일도 아니고 개인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준다고 몇 달을 허송으로 보내더니. 그때 그분이 너한테는 영원한 친구라고, 너를 만나서 정말 행운이라고 그러셨으면서, 나한테는 너랑 한 번도 친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부담스럽다고 그랬다고. 호구 잡혀서 단물만 쪽쪽 빨리고 버림받은 거야 너.
니 공부나 좀 해!!!!!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서 힘들어하는 와이프는 안하무인이고!!! 어떻게 생판 남들만 도울라고 혈안이니???
하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나도 너한테 호구 잡혀서 집 밖에서 돈 벌어 와, 집 안에서는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하고 있는데.
나는 진짜 평가하고 판단하는 거 제일 싫어하는 사람인데, 남편을 보면 음... 오... 아... 에... 가 절로 나온다.
그러니까 그게... 시험 점수 낮은 아이들이 시험 공부한다고 시험 범위를 확인도 안 하고 1단원에 1번부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면서 공부해서 시험 날짜까지도 1단원 공부하고 있는 꼴이다. 1단원의 앞부분은 완벽하다. 속도는 느리지만 본인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만족하는 학습법.
그런데... 시험에서 고득점 하려면 시험 범위 전체를 공부해야 하는 게 문제다. 시험 범위와 준비 기간을 계산해서 1단원부터 10단원까지 전체적으로 훑어보면서 큰 흐름을 읽고, 그 후에 1회독 2회독 하면서 중요한 거 위주로 꼼꼼하게 공부하고 모르는 거 보충해야지...
그 와중에 다른 친구들 청소당번 물당번 급식당번 우유당번 전부다 도와주는 꼴이다. 대체 너의 우선순위는 뭐니?
그 중에서도 최.악.의. 단.점
남편은 내가 화났을 때 본인에게 납득이 되면 바로 고친다.
진짜 치명적인 단점이다. 안하무인으로 나오면서 사과 한 번을 안 한다면 바로 손절할 텐데. 말은 또 어찌나 청산유수로 잘하는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
“~~라는 말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잖아!”
“최소한 고마워하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적어도 이 정도는 네가 해야지!”
했던 것들을 해주긴 한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더 최악이다.
차라리 안하무인으로 나오면 바로 이혼할 텐데,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이니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
어제는 남편이 나에게 도와달라고까지 했다.
너무 후회하고 스스로가 한심스럽다고. 자기는 항상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큰 그림을 잘 못 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약하다고. 본인의 장단점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해 주며 채워질 수도 있을 텐데. 그게 이상적일 텐데 ㅠㅠ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에도
“나도 양성 나왔는데 출근했잖아!”
라고 했더니 바로 마트에 가줬다.
“대체 우리가 함께 하는 게 뭐가 있어? 같이 먹자고 저녁 사 왔는데 넌 그것조차 무시했잖아!”
라고 했더니 그다음 날부터 저녁을 차려준다.
남편은... 언제나 한결같고 꾸준하다. 하나를 알려주면 그 하나를 매일매일 실천한다. 나에게 부족한 끈기, 지구력, 인내심, 버티는 힘으로 채워진 사람.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그 최소한도 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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