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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2. 2024

남편이 보는 시험은...

내가 얼마나 마음이 넓어야 할까?

하지만 나는 남편에게 나의 마음을 바닥까지 드러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한편으로는 남편이 분명 꿈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역시 사실이었다. 


한없이 불안한 날에도, 

회사에서 고갱님께 탈탈탈 털려서 멘탈이 나가도, 

다 때려치워버리고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어도... 

최대한 밝게, 긍정적으로, 남편을 대했다.




우리 남편에게는 배울 점도 참 많았다. 


여유로운 성격, 안정적인 애착형태, 기복 없는 감정, 한결같음, 예쁜 말 등등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라 거의 나를 인간 만들어줬을 정도로 보살인 사람. 


그래서 나는 극단의 양가감정 사이에서 

그냥 내 삶에 중심을 잡고 하루하루 잘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그렇게 후회 없이 살고 싶었다.




정말 정말 개인친화적(?)이고 친절한 이곳.

어린 나이에서부터 자신의 의사를 인정받고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받는 이곳.


여기서는 시험을 봐도 합격시켜 주기 위한 시험이지,

우리나라처럼 급을 나누고 등수를 내는 시험이 아니다.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걱정 없이 살아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실상은 여기 사람들은 걱정할 일이 태산이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겠지만, 걱정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다지 경쟁하지도 비교하지도 않는다. 평화롭게 살아간다. 잔잔한 바다처럼.


나는 이곳에서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 걸까?

나는 왜 나 자신을 내버려 두지 못할까?

나는 왜 꽃을 보지 않을까?

나를 위해 멈춰 줄 버스를 왜 그렇게 쫓아갈까?


결국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인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선택을 미루는 걸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어서 갈팡질팡 하는 걸까?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성에 차지 않을까 봐 지레 포기하는 걸까?




나는 회사 다녀와서 힘들다고 쓰러지듯 누웠는데

하루종일 쉬었으면서 자기도 아프다고 엄살 부릴 때...


일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매일을 종종거려도

집안일은 끝이 없고 빨래가 쌓여가고 화장실에 곰팡이가 번져가도

남의 집 일인 거 마냥 신경도 안쓸 때...


얼마나 마음이 넓어야 그런 남편을 다독여줄 수 있을까?




아니다, 질문이 잘못됐다.


내가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휴식시간을 충분히 냈어야 했고,

내가 회복할 수 있도록 바로 병원을 예약하고 갔었어야 했고,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했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돌보았다면,

남편이 아프다고 했을 때 먼저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고,

남편이 쉴 때에도 푹 쉬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것이고,

남편이 이기적이라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남 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편은 스스로를 잘 돌봐서 나에게도 여유롭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아프다고 나에게 짜증 내지도 않고,

나에게 바라는 것도 없고,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채고 그에 맞게 컨디션을 조절하는,

오히려 그게 더 효율적인 걸까?

그게 더 책임감 있는 행동일까?




내가 아프다고 힘들어할 때마다 남편은 묻는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며칠을 그냥 괜찮다고만 했었는데, 어느 날엔 남편에게 화장실 청소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은 자기 몸 상태 봐서 하겠다고 대답했고, 다음 날 바로 해줬다.


내가 빨래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에도, 남편이 같이 가자고 나서서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으로 꽁해 있었던 내가 참 우스웠다. 그냥 말하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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