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72호 2021. 12. 17. Fri
오늘의 BGM - 영화 세렌디피티의 OST / Alan Silvestri의 Fast Forward
8살 즈음에 살던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엔 클로버 무더기가 있었어요. 어느 날 친구의 “네잎클로버의 의미는 행운이래, 같이 찾자”라는 말에, 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기대감을 가득 안고 길목에 가만히 쭈구려 앉아 몇 시간을 보냈더랬죠.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찾아낸 네잎 클로버는 잠깐 행복을 안겨주었지만, 곧장 흥미를 잃었어요. 그게 진짜 행운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요. 얼마 안 가, 클로버는 어디로 갔는지 길에 홀랑 버렸는지 사라지고 없어져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된 행운 찾기를 거듭할수록, 행운이라고 규정하고 찾은 것들, 바라고 바래서 만난 것들을 손에 넣었을 땐, 막상 ‘이걸 행운이라고 부를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하실 순 있겠지만요.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당장, 눈을 감고 ‘행운’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떠올려보세요. 떠오르는 것들은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얻은 것들인가요?
많은 이들에게 행운이란 건 상당한 ‘우연’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비슷한 이미지의 단어를 더 떠올려보세요. 행운, 우연, 기적 등등... 어떤 인과관계도 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이죠. 한때 매체에선 이런 단어도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혹시, ‘세렌디피티’라는 단어인데, 독자님도 아시나요? 우연히 얻은 행운이라고 익히 알려져 있는 단어는, 사실 이 의미가 아니랍니다.
세렌디피티의 진짜 의미를 알려면, 그 유래부터 찾아 들어가야 해요. 세렌딥의 세 왕자라는 동화에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지금의 스리랑카 지역에는 세렌딥이라는 왕국이 있었대요. 그 나라의 왕이 은퇴를 준비하며, 현자 교육을 받은 세 아들에게 ‘이제 너희가 물려받아라~’ 했더니, 왕자들이 자기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거절을 하더래요. 대답을 들은 왕은, 그들에게 지혜를 수련(?) 시킬 겸, ‘나라를 구할 만큼의 재물을 구해오라’ 명령해요.
여행을 떠난 왕자들은, 사막에서 마주친 낙타 발자국을 유심히 관찰을 해요. 그런데 얼마 안 가 낙타를 잃어버렸다는 주인을 만나, 왕자들은 발자국을 통해 유추한 대로 ‘한 눈이 멀고, 이가 고르지 않고, 한 다리를 절고, 임신한 여자를 엎었으며, 한 쪽에는 꿀단지 반대엔 버터 단지를 맸냐?’고 물어요. 그랬더니 주인이 길길이 날뛰며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너네가 훔친 거다’라 주장하며 왕자들을 신고합니다.
베라모라는 왕 앞에서 왕자들은 “한 쪽의 싱싱한 풀을 두고 다른 쪽의 시든 풀을 먹었으니 한 눈이 멀었고, 잘린 풀의 길이가 고르지 않은 걸 보니 이가 들쭉날쭉하다. 발자국 중 하나는 질질 끌렸으니 한 다리를 절고 있고, 발자국 옆으로 한쪽엔 개미가, 다른 쪽엔 파리가 꼬이는 걸 보아 꿀과 버터 단지를 들고 있을 것이다. 땅엔 사람의 소변 자국이 보이는데, 한 손으로 땅을 짚은 자국이 있으니 임산부일 것이다”라며 자신들이 추측한 것을 설명해요.
곧이어, 결국 낙타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 낙타의 모습은 왕자들이 묘사한 것과 같았답니다. 베라모왕은 이들의 지혜에 감탄하여 금은보화를 안겨주고 이야기는 끝나요. 이 설화에 감명받은 영국의 작가가 친구에게 편지로 “몰랐던 것을 우연히 지혜롭게 발견하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세렌딥스럽다고 표현하기 위해, serendip + ity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데요. 이것이 지금 쓰이고 있는 세렌디피티라는 단어의 시작이에요.
사전엔, ‘운’은 좋은 기회, 그리고 세렌디피티는 ‘그 좋은 기회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요. 마찬가지로 위의 동화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느 날 뚝 떨어진 기회와 세렌디피티의 의미는 결이 다르죠. 세렌디피티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뒤로는 그동안 ‘노력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벼락 행복’이라는 가면을 쓴 단어들 - 행운, 기적 - 같은 단어들의 진짜 의미들도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것들 모두, 스스로 일궈온 노력이라는 길 위에 운이 걸어 들어왔을 때 그때 생기는 것들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만약 그 길이 없더라면? 세렌디피티도, 행운도 기적도 없을 거예요. 저는 행운을 ‘더 큰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행운을 통해 행복을 바라기 때문에요. 그리고 더 큰 행복인 행운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인 세렌디피티는, 주변의 크고 작은 행복을 알아차려왔어야‘만’ 생기는 것이라고 봐요. 행복이 어떻게 생긴 건지 알아야 알아차리든 말든 할 테니까요.
전 언젠가 다시 클로버 무더기를 본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고 싶어진다면, 네잎클로버만을 찾지 않고 세잎클로버도 같이 볼래요.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 우리가 네잎클로버만을 꿈꾸며 찾아 헤맬 때 그 도처에 널려있는 것들이에요. 앞으론 만나보지도 못한 잘 그려지지 않는 거대한 운을 꿈꾸며, 행운 주변을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행복들을 지나치지 않고 싶어요.
자신이 행운을 많이 겪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행운이 찾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이 남들보다 더, 주변의 것들을 ‘행운’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어떠세요 독자님, 오늘 제 편지를 받아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독자님이 밟아온 길 중엔 분명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행운인 것들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난 아직 행운을 만나지 못했다!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지금 그 행운을 위해 독자님이 겪으신 경험 경험들을 엮어 세렌디피티를 만들어가고 계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독자님 저는 지금 사람들에게 더 큰 행복인 행운을 선물하기 위해 글을 쓰고, 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제 정말 한 해의 끝을 달려가는 독자님의 하루에 이 편지가 작은 행복이 되길, 그 작은 행복들이 모여 독자님의 날들에 행운이 찾아가길 바라요. 이런 제 마음을 가득 담아 써 내려간 이번 편지를 마쳐볼까 해요.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추운 겨울 건강 해치지 않게 조심하시길 바라요! 다음 주에 뵐게요.
- 행운을 빌며 삶기술학교 YON
더 큰 행복, 행운 같은 일오백 화이트 에디션
크리스마스 날 예고도 없이 찾아온 흰 눈처럼,
독자님의 날들에 행운같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삶기술학교에서 만들고 있는 행운, 일오백 화이트 크리스마스 에디션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는 2021년 12월의 특별한 날들을
일오백과 함께 더 행복하고 따뜻하게 보내보세요
소개하고 싶은 것들
그래도 궁금한 내 운세 : 어플리케이션 포스텔러
운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라 했지만, 그래도 운세는 보고 싶어서 소개합니다! 포스텔러 ~
세상엔 두 부류가 있습니다. 운세를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 독자님은요?
전 신봉자는 아니지만 매일 밤 의식처럼 하루의 운세를 점치는 앱을 켜서 보는데요. 반드시 내 하루는 이렇게 되게 되어있어!!!! 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만약에 별로 안 좋은 점괘가 나왔다 치면 몸이나 행동거지를 좀 더 살피게 되므로, 참고해서 나쁠 것 없다는 의견이에요.
어느 날 친구가 알려주어서 꾸준히 보고 있는 공짜 무료 운세 앱..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이유는? 이거 그대로 믿으라는 것 아니고요, 제가 재미있었으니까!! 심심할 때 재미로 한 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여기에 폭 빠지고 말고는 독자님의 선택 ~
영화 세렌디피티의 OST – Alan Silvestri의 Fast Forward
2001년에 개봉한 영화, 세렌디피티의 OST에요.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크리스마스 선물 사기 위해 백화점을 들렀다가 우연히 만난 주인공들은 첫눈에 반하게 되고, 남자는 여자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해요. 그러나 여자는 우리가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거라며 그 후를 기약하고는 떠나는데요.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를 직접 찾아 헤매어요. 남자가 여자를 찾으려 시도한 방법으로는 번번이 실패하지만.. 결국 도전하다 지친 남자 주인공 앞에 여주인공이 나타나며 이야기는 마무리돼요.
이 영화의 주제가 오늘의 주제와 어느 정도 맞닿아있는 듯 해요. 그저 운명이나 시간의 흐름에 맡기지 않고, 상대방을 원하는 마음으로 직접 서로를 찾아 나선 두 주인공의 노력 덕에 결국 만난다는 내용이요. 만약에 둘 중 하나가 찾아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운명에 맡겨보자고 끝가지 있는 결말이었더라면 세렌디피티라는 영화는 만들지도 않았겠죠.
오늘의 주제와 제목이 같은 영화, 세렌디피티의 OST를 가져와 소개해 보았어요.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 만날 때까지, 독자님의 매일매일에 행운이 넘치길 바라며-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한산에서, 삶기술학교 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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