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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이사 가던 날

팔색 무지개 (가족소설) 제6장

ㅡㅡ이사 온 새로운 집은 좋은기운을 머금은 길지가 분명했다. 8남매 형제들의 성장과 더불어 그들의 역동적인 다양한 삶이 펼쳐지는 구심점의 장소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ㅡㅡ


재너머 큰 마을로 상훌네가 이사하는 날이다. 큰 동네로 이사는 가지만  집안어른들은 수심에 차있다.


지금까지 살았던 집은 고갯마루 아래에 자리한 넓은 집터의 초가집으로 상훌이가 나고 자란 집이다. 초가삼간을 간신히  면한 겹집으로 골방이 있고  별도의 사랑채와 대문간이 있었다.

 높다란 언덕 위의 산허리에 위치한 초옥은 뒷산 솔밭에 더 가까웠고 동구밖  신작로와는 꽤 거리가 있어서  우마차도 들어올 수 없었다. 새마을운동 직전이라서 구불구불 나있는 오솔길만이 사람과 가축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이웃동네 아재들이 짐꾼을 자청해 속속 도착했다. 모든 세간살이 이삿짐들을 지게를 이용해 등짐으로 운반하기 위해서이다.


상훌은 초등1학년으로 겨울방학이 머지않은 때였다. 정든 고향집에서  아침에 등교를 한 후  학교가 파한 후에는  재너머 큰 마을의 이사한 새로운 집으로 찾아가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상훌네는 십여 년 만에 또 겪게 되는 시골집 이사이다. 대도시의 주거생활과 다르게 시골에서의 이사는 사뭇 다른 의미가  있다.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 드문 경우여서 이사는 한집안의 대사건에 해당된다. 50년 60년  또는 평생을 한집에서 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따라서 상훌네의 두 번의 이사에는 많은 사연과 애환을 담고 있었다.


상훌이 태어나기 전 첫 번째  이사는 순전히 부친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졌다.

삼대독자이던 상훌의 조부가 돌아가시고 부친이 오롯이 의지하던 백부마저 병환으로 일찍 세상을 등지게 된다.

사고무친으로 느껴진 상훌의 부친은 그 시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부친의 외가가 있는 현재의 이곳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이사는 순전히 경제적 위기가 이유였다.

그 해 연초부터 상흘의 부친은 선산이 있는 옛 고향마을 앞 농지정리 사업을 맡아하였다. 농한기인 겨울부터 계속되는 농지토목작업에 인근 동네 지인들을 불러들여 인력을 충당하는  공사업무였다.


그런데 공사 마지막에 금전관계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 시절 빈번하던 원시적 금융사고인 인건비 증발사고였다. 인건비 수급의 중간단계에서 부친의  지인이 목돈을 들고 잠적해 버린 것이다.


그로 인하여 책임자인 상훌의 부친은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게 되었다. 일단 노무자들의 격노를 피해야만 했다.

한두 달 타지에 머물며 상훌의 부친은 해결책과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


그동안 노임빚을 받기 위한 노무자들의 빈번한 상훌네집 방문이 이어졌다.  어느 날은 십여 명이 야밤에 몰려올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상훌의 모친은

술과 다과를 마련해야만 했다.


몇 달 후 상훌의 부친이 집에  돌아왔다. 이제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였다.

인정으로 결속된 시골인심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을 상훌의 부친은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은 논밭을 팔아 을 정리할 계획을 알렸다. 이렇게 상훌네의 두 번째 경제적 위기가 닥친 것이다.


수년 전 첫 번째 위기는 순전히 부친의 과오였다. 그때는 투전판 기행으로 문전옥답 일부를 날렸지만

이번에 당한 위기는 사업상 당한  일이라  규모와 차원이 다른 위기였다.


최소한의 전답만 남기고 재산을 처분하는 수순을 밟아야 했다.

집과 전답은 물론 외양간의 큰 소 두 마리까지 정리대상이 되었다.


상훌은 어린 마음으로 어른들의 심적 애달픔을 알 길이 만무했다. 다만 놀아줄 친구들이 많고 전기불이 들어오는 큰 동네로의 이사자체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다소의 불만은 집 주변에 텃밭이 작아  그리도 많았던 과일나무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상훌의 부친이 이를 감안하여 실한 감나무 한주와 포도나무를 옮겨오긴 하였다.  그래도 종류별로 다양했던 유실수와  팔백여 평 텃밭의 재너머 옛집과는 비교할 수 도 없었다.


큰 동네로 이사한 후 상훌네는 새로운 전환기를 맡게  된다. 살림살이늘지않아 여전히 작은 소농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이사 온 새로운 집은 좋은기운을 머금은 길지가 분명하였다. 8남매 형제들의 성장과 더불어 그들의 역동적인 다양한 삶이 펼쳐지는 구심점의 장소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ᆢ제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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