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
해보기 전에는 못하는 거라 착각한다.
단지 안 해본 것이었다.
몇 주 전, 주방 전등 스위치가 고장 났다.
스위치를 누르면 불은 켜지지만, 다시 꺼지지가 않았다. 수십 번을 눌러 간신히 끄고 나서야 결국 사용을 포기했다.
사실 나는 기계나 전기 설비에 능숙하지 않다. 기본적인 못 박기나 이케아 조립 정도는 해봤지만, 조금이라도 복잡해 보이면 손대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망가뜨릴까 봐,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어서 아예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며 살아왔다. 혹여나 해야 할 일이 생기면 혼자 몰래 해결하려고 했다. 끙끙대는 모습, 서툰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결국 세 개의 스위치 중 가운데 것까지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원래 전등 스위치는 전기 전문가가 교체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직접 교체하고 있었다. 후기를 읽다 보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는 별일 아닐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드디어 주문한 스위치가 도착했다.
가족들에게 방해될까 봐, 혹은 내게 관심이 쏠릴까 봐. 그래서 주말 새벽, 아무도 일어나기 전에 해결하고 싶어 일찍 일어났다. (사실 낮에 했다면 훨씬 쉬웠을 것이다. 어두워서 꽤 힘들었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먼저 스위치 뒤쪽 선들을 사진으로 찍어둔 뒤 전선을 하나씩 뺐다. 그리고 새 스위치에 그대로 연결했다. 벽에서 나온 전선이 짧아서 고정 해제 핀을 드라이버로 힘껏 누르며 빼느라 잠시 애를 먹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허탈할 정도로 간단했다.
나는 괜히 두려워했던 걸까? 오히려 스스로 해결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만약 이번에도 ‘나는 못 해’라고 단정 짓고 전파사에 전화를 걸었다면, 나는 평생 이 작업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스위치는 내가 직접 교체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착각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전등 스위치 하나 바꾸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나는 정말 ‘똥손’일까? 나는 그동안 평생 나를 스스로 깎아내렸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잘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해보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막연한 두려움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나는 못해’라고 스스로를 단정 지어버린 것은 아닐까?
결국 차근차근 따라 하면 못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나는 실수할까 봐, 실패할까 봐, 시도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었다.
내 평생 내가 나를 가로막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우리 삶에서 ‘우리가 못한다고 믿는 것들’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단지 제대로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까?
해보지 않으면, 우리는 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시도하지 않는 한, 우리는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지 않는 사람’ 일뿐이다.
그 상태에서 우리는 늘 못한다고 스스로를 못하는 사람으로 못 박아 놓은 거였다.
이제 우리는 나 스스로 만들어놓은 ‘똥손’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직접 배우고 시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자.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해봐야 안다.
해보는 척, 찾아본 적 하지 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진정으로 제대로 해보았는지 생각해 보라.
더 이상 스스로의 능력과 가능성을 미리 제한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