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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아니면 의미 없나요?” 비교에 지친 당신에게

결과보다 중요한 것: 나만의 물살로 나아가는 법

by 여지행

우리는 ‘누가 더 잘했는가’라는 기준으로 평가받는 데 익숙하다.

그 잘한다는 기준이 늘 1등, 그중에 제일 잘하는가가 평가의 척도가 되어있다.

100미터를 12초에 뛰면 1등, 15초면 50등.

오래 달리기를 30분 만에 완주하면 박수를 받지만, 1시간이 걸리면 조용히 잊힌다.


누군가는 타고난 심폐 능력으로 학창 시절부터 군대까지 늘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는다.

반면, 어떤 이는 부족한 능력을 채우기 위해 남몰래 수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 피나는 노력의 과정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을 기억한다.


"누가 더 빠른가?"

"누가 더 높은 성적을 냈는가?"

세상은 언제나 절대적인 수치로 순위를 매기고, 그 수치에 따라 가치를 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30점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90점까지 성장해 냈다면, 그 여정은 어디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타고난 운동신경 하나 없이 1시간 만에 완주하던 러닝을, 신체적 열악함을 극복하고 30분까지 줄이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은 누구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을까?


세상은 언제나 1등 만을 기억하려 한다.

그래서일까. 때때로 이 ‘절댓값의 세계’는 지독하게 허무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했음에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할 때,

분명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는데도 1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노력이 무시당할 때, 그럴 때면 마음 한편이 조용히 무너져 내린다.


사실 나도 운동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단거리는 잘했지만, 오래 달리기는 늘 벅찼다.

반면, 어떤 친구는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놀라운 기량을 보였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부러워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저, 한계를 극복하고자 애쓰며 성장해 온 나 자신이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늘 아쉬웠을 뿐이다.


세상은 ‘진보의 과정’을 기록하지 않는다.

단지 ‘결과’만을 남긴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음에도, 가끔은 마음이 서운하다.

나는 그저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애썼을 뿐인데.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진짜 성장은 숫자로는 증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타고난 능력으로 앞서가고,

누군가는 수십 배의 노력을 기울여 겨우 따라간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우리는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는가?

우리는 지금,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오늘 하루, 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가?


만약 세상이 나의 성장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면 된다.

세상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나의 잣대로 진실되게 나의 성장을 인정해줘야 한다.

세상이 1등만 기억하더라도, 내가 흘린 땀과 눈물, 멈추지 않았던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이제, 남과의 비교는 내려놓자.

세상이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느냐며 기다리는 건

시간과 마음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다.


세상은 내 노력을 평가할 기준도, 의무도 없다.

그러니 남보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남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어제보다 나아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진짜 중요한 건, 결국 나의 성장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내가 스스로 껴안아 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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