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을 즐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 사실을 잊어버린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었고, 나 또한 처음이었던 순간이 있었다는 이 사실을.
처음 부모가 되었던 날의 벅찬 감정,
처음 회사에 입사해 설렘과 긴장이 뒤섞였던 날,
처음 운전대를 잡고 자동차를 몰고가던 긴장감,
처음 비행기에 올라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기억.
하지만 이제 그 순간들은 모두 지나갔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처음 부모가 되는 것도, 처음 출근을 하는 것도, 처음으로 운전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은 그때뿐이었다. 처음은 평생 단 한 번뿐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왜 이 처럼 쉽게 처음을 잊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서툴렀던 나, 부끄러웠던 나, 어리숙했던 나는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진다. 처음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난 마치 처음부터 다 잘했던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앞으로도 수많은 '처음'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처음과의 만남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모든 것들도 처음엔 낯설고 어려웠지만 지나고 나면 결국 잘 해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늘 처음을 잊어가는 우리는 또 다른 시작 앞에서 또 다시 두려움의 초보가 된다.
게리 비숍은 '시작하는 기술'에서 말한다.
"당신은 끊임없이 앞을 내다보며 실제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내려고 한다."
"확실성 때문이다. 우리는 확실한 것을 찾고 불확실한 것을 피한다. 우리는 뭘 기대할 수 있는지, 어디로 갈지, 뭘 입을지 알고 싶어한다. 우리는 준비하고 싶어 한다. 안전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아무리 확실성을 쫓아도 결코 확실성을 붙잡을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확실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은 확실성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즐겨라.
늘 꿈꿔왔던 그 모든 성공과 경험과 일은 모두 불확실성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점을 받아들이면 이전처럼 시작이 그렇게 무섭지 않다."
처음을 두려워해도 소용없다.
원래 두려운 것이니까. 원래 불확실한 것이 인생이다. 이 진리를 온전히 받아들이면 세상은 평온해진다.
불확실한 것이 삶인데, 확실한 것을 찾으려 하는 건 삶을 회피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망설일 필요도 없고, 처음 앞에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처음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도, 가지지도, 만나지도 못한다.
결국 처음은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익숙해지게 만드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시작하자. 무엇이든. 우리는 출발선에 서 있다.
신호탄이 울리기 직전의 그 설렘을, 지금 이 순간 이 처음의 떨림을, 우리는 즐길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