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약속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선약이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낮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가자, ‘따릉이 퇴근 시즌’이 돌아왔음을 직감했다.
2년 전, 우연히 따릉이로 퇴근을 시도한 뒤, "왜 이 좋은 방법을 10여 년간 시도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후 나는 3월부터 9월까지 한강 길을 따라 따릉이로 퇴근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따릉이 퇴근을 시작할 시기가 다가왔다. 하지만 6개월간의 공백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장치가 필요했다.
나는 아침에 자전거 탈 때 입을 편한 옷을 챙겼다.
그리고 출근길에 따릉이 6개월 정기권(2만 원)을 결제했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동료들에게 “오늘부터 따릉이로 퇴근한다”라고 공표했다.
하지만 저항 요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했다.
"저녁 한강 바람은 아직 차가울 텐데. 장갑은 챙겼어?"라는 동료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오후 5시, 편의점에 들렀다가 저녁 공기에 느껴진 쌀쌀한 공기에 또다시 망설임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옷을 한 겹 더 챙겨 입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조금 후 또 다른 유혹이 길을 막아섰다.
오후 5시 50분, 카톡이 울렸다. 고등학교 친구가 “회와 소주 한 잔 하자”며 회사 앞으로 온다는 것이다.
순간, "따릉이는 내일부터 타면 되지"라는 유혹이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과의 ‘선약’을 지키기로 했다.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오늘부터 따릉이 퇴근을 시작하기로 다짐했거든. 시작을 미루면 이 습관이 흐트러질 거 같아. 미안하다. 다음에 만날 때 회와 소주는 내가 쏠게."
이렇게 저항들을 이겨내고 드디어 출발했다.
저녁 6시, 따릉이를 타고 한강 길로 향했다.
‘몹시 추웠다.’ 자전거를 타면서 몸의 열기가 달궈졌지만, 귀는 한강 바람에 얼어붙었다. 기대했던 봄날의 푸릇푸릇함은 느껴지지 않았고, 허벅지는 오랜만의 운동으로 묵직해졌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만약에 아침에 내가 옷을 챙기지 않았거나, 미리 따릉이 정기권을 결제하지 않았다면, 유혹에 넘어가 이 시작을 미뤘을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더 추웠으므로, 또 하루 미루고, 결국 따릉이 퇴근의 시작은 훨씬 뒤로 밀려났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실 스스로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다.
습관은 한순간의 열정이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습관은 ‘잘 짜인 시스템’이다.
하루아침의 영감이나 불굴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꾸준히 반복하며, 선택의 문제가 아닌 ‘자동 반사 행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 날, 근육통으로 하루 휴식을 주고, 수요일에는 귀마개를 장착하고 다시 따릉이에 올랐다.
그렇게 나의 2025년도 따릉이 퇴근이 시작되었다.
나와의 약속도 중요한 선약이다. 그 약속을 지킴으로서 나의 시작은 예정대로 시작되었고, 작은 준비와 반복, 그리고 유혹을 이겨내는 작은 승리들이 쌓여 결국 새로운 나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