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는가

내 시야의 얼룩 비문증이 내 삶의 시야를 다시 일깨우다.

by 여지행


내 시야의 얼룩, 비문증


무엇을 보고 살 것인가.

무엇을 들으며 살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가.

조금만 집중하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비문증이 있다. 비문증이란, 시야에 실 같은 검은 점, 거미줄 같이 표현되는 미세하게 시야에 보이는 현상이다. 시신경유두부에 유착되어 있던 신경조직이나 농축된 유리체 또는 동반된 유리체출혈이 후 유리체박리로 인해 떠다니고, 환자가 이를 자각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눈에 날파리 같은 게 떠 보이는 현상이다.


눈앞에 떠다니는 작은 얼룩들.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내 시야 속 작은 방해물.

사실 나도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른다.

혹시 태어날 때부터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그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그것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맑은 하늘, 눈부신 햇살, 그리고 하얀 칠판이나 식탁에서 더욱 신경 쓰인다.

이러한 시각의 불편함은 불안으로 변했고, 일상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산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안과에서는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수술한다고 완전히 나아질지도 모른다. 날파리가 더 많아지는지를 추적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한다. 날파리가 늘어나는지 신경 쓰기 시작하면 더 거기에 집착하게 될 뿐이었다.


나에게는 마음의 전환이 필요했다. 무시하고 또 무시하며 날파리에 집중하지 말고 내 시야의 나머지 부분, 진짜 보아야 할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 매일, 매 시간 노력해왔다.

그렇게 내가 봐야 할 시야에만 집중하자 하루하루 다시 내 삶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건 그전에도 있던 거야. 달라진 건 내 ‘관심과 집중’뿐이야.”

사실 나의 시야는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단지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였다.

그렇게 꾸준히 날파리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자 날파리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작은 기대감에 보이는 증세가 혹시 줄었나 궁금하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

보려고 하면 또 보이고 신경을 끊게 되면 또 끊어진다.


보는 대로 세상이 된다


운전을 할 때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 유리에 몇 개의 빗물 자국이 남아 있어도 운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빗물 자국이 아닌, 가야 할 길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바라보느냐가 곧 우리의 삶이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장면과 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특별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를 바라볼 것인가?

무엇에 귀 기울일 것인가?


마음의 레이더를 끄는 용기


비문증의 정의를 보면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다.

"환자가 이를 자각하는 것."

즉,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도 적용해 보자.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쩌면, 우리가 힘들어하는 많은 것들은 단지 우리가 ‘너무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마음의 레이더를 끄는 용기가 필요하다.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을 보지 않고,

듣지 않아도 될 것들을 듣지 않고,

불필요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

그렇게 우리는 한층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오늘, 내가 선택할 삶


나는 지금 이 글을 하얀 화면 위에 쓰고 있다.

비문증이 있는 내 눈에는 이 하얀 화면이 더 거슬린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지 않기로 선택한다.

대신, 내 생각을 담아낼 글에 집중하기로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얼마든지 시선을 선택할 수 있다.

어디를 바라볼 것인지, 무엇을 마음에 담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인생의 페이지는 백지로 시작한다. 넓은 백지 위에 몇 방울씩 얼룩지고, 찢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나머지 남은 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지에 집중하면 된다.


지금, 나는 내가 가야 할 길만을 바라보자.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단단하게 나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