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은 태도에 남고, 다짐은 문장에 남는다
책을 한 권 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다.
작가가 된다는 건
새로운 이름을 얻는 일이 아니라
지켜야 할 태도가 생기는 일이라는 걸.
『우리의 현대 일상과 감정』을 쓰는 동안
나는 수없이 흔들렸다.
이 감정이 과연 시가 될 수 있을지,
이 일상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지.
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큰 말보다 작은 진실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가로서의 나의 신념은 분명하다.
설명하려 들기보다,
판단하기보다,
먼저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
시대의 속도에 맞추기보다
그 속도에 밀려난 감정을
한 박자 늦게라도 붙잡는 것.
나는 글로 세상을 이기고 싶지 않다.
다만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쓴다.
시인으로서의 다짐은
더 조용하다.
좋은 문장을 쓰겠다는 약속보다,
거짓 없는 문장을 쓰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멋있어 보이기 위해 감정을 키우지 않고,
아파 보이기 위해 상처를 덧칠하지 않는 것.
슬프면 슬프다고 쓰고,
텅 비었으면 비었다고 쓰는 것.
그 솔직함이 시의 전부라고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앞으로도
내 글은 화려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중심에 서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하루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문장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읽히기 위해 쓰기보다
남기기 위해 쓰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 문장들을 다시 마주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태도로
“그래도 계속 써왔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는 결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인은 박수로 증명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어떤 마음으로 써왔는가,
어디까지 정직했는가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같은 다짐을 반복한다.
흔들리더라도 쓰겠다.
의심하면서도 멈추지 않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속이지 않는 문장을 남기겠다.
이것이
지금의 내가 선택한
작가로서의 신념이고,
시인으로서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