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묶기로 했다.

글이 더 이상 흩어지지 않기를 바랐을 때

by 하얀 오목눈이

글은 오래도록 나와 함께 있었지만,
책은 늘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쓰는 일과 내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침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글을 쓴다는 말로만 나를 설명해왔다.
시처럼 시작한 문장들,
타인에게 닿으며 변형된 문장들,
그리고 삶이 되어버린 글들까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문장은 흩어진 채로 남아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쓰는 사람’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대단한 사건보다
아무 일 없는 하루로 이루어져 있다.
출근길의 무표정,
아무 말 없이 지나간 저녁,
괜찮다는 말로 덮어버린 감정들.
나는 늘 그런 순간들을 쓰고 있었고,
그 감정들이 어디로 가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 권으로 묶었다.
그 책의 이름은
『우리의 현대 일상과 감정』이다.

이 제목에는
거창한 의도가 없다.
다만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치는
지금, 여기, 우리의 감정들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두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특별한 삶을 기록하지 않는다.
대신
지나치게 평범해서
아무도 붙잡지 않았던 마음들을 모았다.
말로 설명되지 않던 피로,
이유 없이 가라앉던 날들,
현대라는 시간 속에서
각자 조용히 견뎌온 감정들.

시집을 내겠다고 결심한 건
완성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감정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 문장들이 아직 나의 온도를 가질 때
책이라는 형태로 남기고 싶었다.

『우리의 현대 일상과 감정』은
나를 증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어디까지 써왔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이 책을 낸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쓰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흔들린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글을 썼고,
그 글은 결국
한 권의 책이 되었다고.

그리고 이것이
내가 다음 문장을
계속 써나갈 수 있게 만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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