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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레몬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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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호 Oct 27. 2023

스탑오버 (4) - 完

  현우는 그녀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간과 인내심이 있다 해서 공항의 보안 검색을 뚫고 폭탄을 반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았다.

  "어떤 방법인지 알겠어요?"

  "아뇨. 짐작도 안 되는데요."

  "그럼 일단 폭탄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아나요?"

  현우는 예전에 종종 하던 게임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폭탄 종류요? C4? 수류탄?"

  그녀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영화 같은 데는 그런 것들이 많이 나오긴 하죠. 하지만 크게는 고체와 액체로 구분할 수 있어요. 고체 폭탄과 액체 폭탄."

  "…"

  "저는 그중에 액체폭탄을 선택했어요. 고체상태의 플라스틱 폭탄도 반입은 가능하겠지만, 제가 쓰려는 방법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았죠."

  "어떤 방법이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하나 더 얘기할 게 있어요."

  그녀는 눈을 힐끔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탑승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현우는 그녀가 다 말하지 않고 그대로 탑승해서 한국으로 향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빨리 폭탄을 어떻게 갖고 들어왔고 어디에 설치했는지를 알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다그쳤다가 그녀가 입을 다물기라도 하면 더 이상 알아낼 방법이 없을 것이기에 인내심을 갖고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아까 현우 씨, 보안 검색대에서 걸렸었죠. 액체류 반입 제한 때문에요. 왜 기내에 액체류는 100ml까지밖에 반입이 안될까요?"

  "…"

  "역시 모르는군요. 이것도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테러리스트들이 액체 폭탄을 음료로 위장해서 테러를 일으키려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기내에 액체 반입은 최대 100ml까지만 가능한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죠."

  현우는 그녀의 얘기에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순식간에 현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런 현우를 본 그녀가 말했다.

  "이 얘기만 듣고도 짐작이 가나 봐요? 맞아요. 액체류 반입이 100ml까지만 된다면, 여러 번에 나눠서 갖고 들어오면 되는 거예요. 나는 직업상 출장을 갈 일이 많죠. 전 세계 학회를 돌아다녀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남편이 죽은 이 공항을 경유해서 출장을 다녔어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리고 그때마다 100ml가 되지 않도록 폭탄의 원료들을 계속해서 이 공항에 숨겨놨죠. 몇 가지 전자 부품들도 필요했지만 그것도 어렵지 않았어요. 휴대폰이나 보조배터리를 열어서 그 안에 붙여서 들여오면 됐으니까. 그리고 그런 액체들과 부품들은 화장실 천장을 열어서 차곡차곡 모아두었었죠. 혹시나 청소나 정비로 인해 숨겨놓은 것들이 걸릴 것을 우려해서 예비용 부품까지 포함해 여러 군데로 분산시켜 놓았고요. 실제로 화장실 한 곳을 다시 만들면서 폭탄의 일부가 사라진적이 있어요. 다행히도 거기 보관하던 부품들은 전자 부품들이 대부분이었어서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냥 어디 배선이 떨어지거나 망가진 휴대폰 부품쯤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현우는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 얘기를 통해 이미 현우는 그녀가 진심이라고 더더욱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얘기를 토대로 폭탄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했는지를 미리 예측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현우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얘기를 이어나갔다.

  "전자 쪽을 다루는 건 내 전공이 아니라 어렵긴 했지만, 그 부분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문제없었어요. 말했죠? 나 화학교수라고. 그래요. 몇 가지 도구만 있다면 이미 반입한 원료들로 폭탄을 조합하는 건 나에겐 일도 아니죠. 그리고 현우 씨."

  "…"

  "현우 씨?"

  "아, 네."

  "그리고 이미 폭탄은 완성되어 있어요. 짐작하고 있겠지만요. 그리고 곧 터질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죠."

  현우는 더 이상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지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사고를 막기 위해선 이러나저러나 보안 요원에게 이사실을 알리고 비행기가 뜨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찰나, 그녀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요. 트롤리 딜레마라고 알아요? 사람이 다섯 명 묶여있는 철로와 한 명이 묶여있는 철로가 있고, 다섯 명이 묶여있는 철로를 향해 열차가 달려오고 있을 때, 당신이 전환기를 당기면 한 명이 죽고 다섯 명이 살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전환기를 당길 것인가 하는 얘기죠."



  "지금 그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뭐죠? 지금 이 상황은 트롤리 딜레마와는 달라요. 내가 당신을 죽여야만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거니와. 만약 그렇다 한다고 해도 저 비행기에는 다섯 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 타고 있으니 내 선택은 명확하죠."

  "그럴지도요. 그런데 사람이 다섯 명이 아니라 한 명이면 어떨까요?"

  "그게 무슨 얘기죠?"

  "당신이 전환기를 당기거나 말거나 양쪽에 각각 한 명씩 묶여있어서 한 명만 죽는 상황이라면 어떻겠냐고요."

  "…"

  "이제 좀 어려워졌나요? 보통 사람들은 트롤리 딜레마를 들으면 사람의 명수로 가치 판단을 내리곤 하죠. 아주 쉬운 방법이에요. 하지만 사람 수가 같다면 그때부터는 온갖 질문을 하기 시작해요. 누가 나이가 더 많으냐, 성별이 어떻게 되느냐, 나랑 어떤 관계가 있느냐 등. 그제야 진짜 제대로 고민을 해보기 시작하는 거죠."

  그녀의 눈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들은 그저 고민만 할 뿐이에요. 그렇게 고민만 하는 사이에 열차는 그대로 지나가서 원래 죽기로 되어있던 사람을 죽이죠. 그러면 결국 그들은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은 방관자로 남게 되는데, 사람들은 보통 그런 상태가 되길 원하더라고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그녀는 현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제가 타려는 비행기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지만, 현우 씨가 타려는 비행기에는 설치되어있지 않죠. 그리고 현우 씨는 제 얘기를 무시하고 그대로 현우 씨가 타려는 비행기를 타도 되는 상황이고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죠. 설령 폭탄이 터져서 수백 명이 죽는다 해도 아무도 현우 씨를 비난하지 않을 거예요. 폭탄이 터지면 나도 같이 죽을 테니까 현우 씨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 아무도 모르죠. 그럼 이 상황에서 현우 씨는 어떤 선택을 내리실 건가요? 제 얘기가 거짓말일수도 있는데 그걸 감수하고 신고한다? 아니면 내 얘기는 농담이겠거니 치부하며 그대로 비행기에 탄다?"

  현우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현우가 보기에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간 판단을 그르칠 것만 같았다.

  "만약. … 만약 농담이 아니라면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죠? 이런 짓을 한다고 해서 딱히 당신의 바라던 대로 규정이 바뀌진 않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애초에 내가 바꾸려고 한 것들을 생각해 봐요. 나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규정을 바꾸려고 했어요. 하지만 바뀌지 않았죠. 왜? 피가 모자랐으니까. 그럼 중증 정신질환자가 다시 피를 흘리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정신질환자인 거죠."

  "당신이요?"

  "네. 나는 남편이 죽은 뒤에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어요. 그리고 자살시도도 몇 번이나 했고. 덕분에 정신병원을 들락날락거렸죠. … 그래요, 중증 우울증 환자인 거죠. 의료기록으로까지 명확하게 남은 정신질환자예요. 그러니 내가 피를 흘리게 만들면 되는 거예요."

  "…"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어요. 유서를 남기거나 방송국에 범행성명을 보낸다 한들, 내가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저 복수에 미친 여자가 될 수도 있고, 유서가 분실되고 그냥 테러리스트로 취급될 수도 있죠. 그래서 현우 씨를 택한 거예요. 사람의 입을 막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니까요. 내 범행의 이유는 현우 씨 혼자만 알고 있으니, 모든 언론은 현우 씨에게 달려들지도요. 그리고 현우 씨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증언하겠죠. 범행동기도 함께. 그러면 그나마 내가 바라는 대로 바뀔 확률이 좀 높지 않을까요?"

  그러자 현우는 그녀의 얘기에 약간의 모순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러려면 저에게는 아까 당신이 말한 것과 같은 방관자가 되는 선택지가 남지 않는걸요. 당신의 얘기를 모른척하고 그대로 비행기에 탔다가 사고가 났다 쳐보죠. 만약 그때 내가 당신의 범행 동기를 안다며 나서면 세상 사람들은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고 나를 비난할 거예요. 그러니 결국 저는 당신의 범행을 방관할순 없겠죠."

  "오, 똑똑하시군요."

  그녀의 얘기는 현우에게 조롱으로만 들렸다.

  "그런데 제가 만약 이 모든 게 농담이었다고 말하면 어떡하실 건가요?"

  그녀는 현우를 보며 씩 웃었다.

  "뭐라고요?"

  "가벼운 농담이요. 어때요,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죠? 땀까지 흘리는 거 보니까 엄청 몰입해서 들으셨나 봐요?"

  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화를 냈다.

  "농담이라뇨! 사람이 할 농담이 있고 아닌 농담이 있는 겁니다! 이런 얘기를 농담으로 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녀는 현우의 호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현우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속삭였다.

  "맞아요. 실제로 폭탄을 설치했든, 아니면 그런 심각한 얘기를 농담으로 했든, 내가 쓰레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그러니 저도 저 사람들과 같이 죽어야겠죠."

  그리고 그녀는 옆에 세워둔 캐리어를 끌고 빠르게 게이트로 향했다. 현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여전히 현우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는 폭탄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했는지 말해주지 않았기에, 현우는 보안 요원들에게 도대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저 비행기에 탄 어떤 여자가 폭탄을 설치했다고 말했다고 하면 될까? 아마도 워낙 심각한 사한이라 일단 바로 조치를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광범위하게 탐색을 해야 할 것이고, 만약 진짜 농담이었다면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었다.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마지막에 그녀의 말이 농담이라고 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둔 셈이니까. 그리고 그 농담에 현우가 화를 낸 것을 여기에서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목격했기도 했으니 현우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지금 달려가서 그녀를 다시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리 승무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한들, 현우를 들여보내주거나 그녀를 데리고 나와줄 리가 없었다.

  그러자 현우는 아까 그녀가 말한 트롤리 딜레마를 떠올렸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는 정말로 방관자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젠장!"

  현우는 곧바로 공항 보안요원을 찾아 내달렸다. 설령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더라도 일단은 이 모든 사실을 공항에 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현우가 공항 측에 자조치종을 모두 전달했을 즈음에는 이미 그녀가 탄 비행기가 이륙해 버렸다. 그래서 타이베이 공항에서는 즉시 이 소식을 인천공항 측으로 전했고, 이 소식을 들은 인천 공항은 테러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기내에 이 사실을 전달해서 범인을 제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칫 범인을 자극했다가 더 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혀 비행 중인 비행기에는 소식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 뒤, 비행기는 무사히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착륙한 비행기 주위를 수많은 경찰차들과 소방차들이 에워쌌다. 바로 투항하라는 경찰의 얘기에 그녀는 너무나도 선선히 홀로 비행기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곧장 연행되었고, 그렇게 그녀의 범행은 미수로 끝났다.


  그리고 며칠 뒤,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녀가 만든 폭탄은 그녀의 기내용 캐리어 안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어차피 본인도 죽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기에 미리 설치하기보다는 조립한 폭탄을 그대로 들고 타서 터뜨리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그대로 들고 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기내에 폭탄을 반입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무사히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폭탄이 불량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사과정에서 폭탄을 분해해 보니, 폭탄의 메인이 되는 두 가지 액체를 섞음으로써 폭발이 일어나게 만들어야 했음에도, 그 두 액체 사이의 가림막이 분리되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폭탄을 터뜨리려면 즉석에서 액체를 직접 섞어야 하는데, 비행 중에는 그럴 틈이 없었어서 미수로 끝난 것 같다는 게 경찰의 발표였다.

  언론에서는 테러 미수사건을 며칠 내내 보도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의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는 갖가지 이유를 추측하곤 했다. 북한의 공작원이 아니냐는 추측부터 시작해서 그저 관심받고 싶어서 행한 일이라던가, 돈을 노리고 저지른 범행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결국 언론은 그녀의 과거를 알아내었고 그녀가 남편을 잃은 슬픔에 미쳐 범행을 저지른 게 틀림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중요 참고인인 나의 심문과정에서 그녀의 범행 동기가 드러났고, 어떻게 알았는지 그 직후 언론에서도 그녀의 범행동기를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언급했던 과거 항공 사고 사례들과 이번 사건을 비교하며 그녀의 남편이 죽은 사건과 이번 테러 사건 모두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각종 정부 부처와 여러 기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렇게 한동안 그녀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사람들의 관심은 이 사건에서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사건의 결과도 그녀의 바람과는 너무나 다르게 흘러갔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정책이 발의는 되었으나, 통과될 기미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기내에 반입되는 액체류는 반드시 새 제품 그대로 포장이 뜯어지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을 뿐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딱히 변한 것 없이 그 전과 같이 흘러갈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현우에게 한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 기사로 내고 싶다고 했다. 현우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마뜩잖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그녀에게 조금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본인이라도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알리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승낙했다. 그렇게 현우는 잡지사로 방문해 인터뷰를 기다리며 로비에 앉아서 다시 그녀를 떠올려 보았다.

  현우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될 것을 예측했는지 아니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준비를 철저하게 한 사람이 왜 불량 폭탄을 만들어서 테러에 실패했는지도. 현우는 애초에 그녀는 사람들을 진짜 희생시킬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터지지 않는 폭탄을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현우는 더 이상 그녀를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곧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다만 그녀가 이렇게 큰 사건 일으켰음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 '역시 아무도 피를 흘리지 않아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며 다음에는 진짜 피를 흘리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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