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이 보였다.
미국 내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익숙한 작품을 각각 다른 미술관에서 만나게 된다. 조지아 오키프는 동물 두개골을 많이 그렸는데 비슷한 그림을 시카고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다. 같은 작가의 그림을 다른 장소에서 만날 때 왠지 모를 전율이 흐른다.
재즈 음악이 흘러나올듯한 그림이다. 시카고와 뉴올리언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재즈의 본고장인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로 이주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시카고도 재즈가 유명하다.
앤디 워홀은 평소에 자신의 코를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부러진 코를 미화해서 오른쪽의 모습처럼 표현했는데 Warhola라는 성이 맘에 들지 않아 예명으로 Warhol을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 팝아트가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It's liking things"라고 답한다.
휘트니 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를 만났다. 한 층을 가득 채울 만큼 그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호퍼가 그린 대부분의 그림은 수평으로 되어있다. 그는 뉴욕을 배경으로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대부분 수평적 구도를 취하고 있다. 수평과 수직, 가로와 세로 구도에 따라 사물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호퍼는 뉴욕 시티를 표현하는 자신만의 구도로 수평을 택했다.
호퍼의 그림에는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표정은 뉴욕 도시와 상반되게 약간은 우울해 보이는 게 특징이다. 현대 미술은 정해진 모델의 정적인 모습을 그렸던 그림이 사진을 대신하던 시절과 다르게 정해진 모델, 표정, 각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묘사한다.
여인의 표정과 암울한 뒷배경이 평행 구도를 이루고 있다. 여인 뒤 까만 창문의 색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채도가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 안 빛으로 인해 사물이 비치는 것을 채도가 낮은 검은색으로 표현했다. 여인 뒤 암흑같이 어두운 창문은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기도 하고 여인의 우울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호퍼와 같은 층에 전시되어 있는 조형예술이다. 회화만 보다가 입체적인 작품을 맞닥뜨리면 기분이 환기된다.
뉴욕의 전경을 보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것도 하나의 미술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호퍼 그림 속 뉴욕과 지금의 뉴욕은 어느 것이 닮았고 또 어느 것이 다른가. 호퍼 눈으로 바라본 뉴욕의 전경과 감상자인 내가 바라본 뉴욕은 또 어떻게 다른가.
여인의 뒷모습이 강렬하다. 그동안 흔하게 표현되어 온 여성의 야리야리함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여성이 가진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데, Jane Dickson의 말을 인용하자면 "She is wearing a strapless dress, and she's sewing. And to me, she looks like an aging ballerina" ("그녀는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고 바느질을 하고 있어. 그 모습이 마치 은퇴한 발레리나의 같아.")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 보이지만 심리적 거리는 꽤나 커 보인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일(여자-피아노/남자-신문)에 몰두하고 있다. 두 사람이 입고 있는 빨간색과 검은색의 대비도 크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위치한 문은 둘을 완전히 갈라놓고 있으며 서로 다른 내적 세계에 위치시킨다.
안과 밖의 경계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한 거 같다. 관광객의 시선에서 바라본 뉴욕 시티는 환상 속 원더랜드이겠지만, 이곳에서 사는 그들에게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그들에게 뉴욕은 역사의 한 페이지였으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갈 또 하나의 챕터였다.
내가 엘리스 섬에서 바라본 뉴욕 풍경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모든 기대를 품고 이곳에 첫 발을 내디뎠을 그 순간을 상상해 본다.
이 작품의 완성본은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볼 수 있다. 시카고에서 완성작을 먼저 보고 온 나는 스케치를 이곳에서 또다시 마주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서로 다른 두 공간에서 작품의 처음과 끝을 보면 묘하게 새롭다. 마치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던 동일한 자아가 만나는 기분이다. 스케치가 색을 칠한 완성본보다 암울함이 더 짙다. 색을 칠한 완성작이 화려한 도시의 분위기와 상반되어 겉도는 우울감을 잘 드러낸다.
<Bridle Path>라는 이 작품은 호퍼의 독특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센트럴파크를 통과하는 기수들을 그렸다. 호퍼가 이 작품을 그리기 시작할 때 센트럴파크를 자주 갔다고 한다. 며칠 동안 센트럴파크에 가서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바위의 모양, 나무, 흙은 실제보다 더 생동감 있게 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