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이 되어서야 길고 길었던 학교스포츠클럽 업무가 끝났습니다. 그동안 약 7개월가량 아이들 등원은 와이프가 도맡아 해 주었습니다. 업무가 끝나자마자 그간 고생한 와이프도 한숨 돌리게 해 줄 겸, 바로 배턴 터치하여 아이들 어린이집 등원을 책임졌습니다. 그동안 감을 좀 잃고 살았는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까딱하면 지각할 뻔 한 순간을 아들 친구 엄마가 찍어주셨네요. 덕분에 지각도 면하고 귀중한 사진도 하나 건졌습니다. 하하.
허니와 달콤이는 월요일 아침 생태 수업의 하나로 무순 씨앗을 받아왔습니다. 무순은 물만 주어주면 알아서 잘 자라기에 저 같은 '식물들의 재앙'이 키우기엔 안성맞춤이죠. 적당히 온도, 습도가 일정한 방 한구석에 무순 씨앗을 깔고 출근하기 전에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무순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했고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생명의 신비를 아이들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그렇게 매일 아침 무순과 안부인사를 나누고 허니는 어린이집에서 또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을 모티브로 한 성폭력 예방 인형극도 보고, 암사 선사 유적지도 다녀왔습니다. 이제 제법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나름대로 엄마아빠에게 설명할 줄 아는 허니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혹시 알까 싶어 '별사탕 요정의 춤'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이 노래가 나왔느냐 했더니 허니가 토끼눈을 하며 되묻습니다.
"어! 맞아! 그거 인형극에 나왔어. 와. 아빠가 어떻게 알았지?"
'아빠 지난주에 3학년 아이들 수행평가 그거로 봤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아들에게 "아빠, 선생님이잖아."라고 너스레를 한 번 떨어보았습니다
같은 시각, 달콤이도 어린이집에서 영신 함박웃음을 짓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김장김치를 하는 모습을 모티브로 한 오감 수업을 듣기도 하고 어린이집 밖에서 낙엽을 탐색하기도 했습니다. 색깔 상자를 선생님께서 불러주는 대로 쌓아보기도 하고 암사 선사 유적지에서 움집 안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직 역사, 예술에 대한 개념은 부족하지만 그러한 자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친구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테니 말이죠.
그렇게 유익한 한 주를 보낸 주말, 유난히도 포근한 날씨를 만끽하러 인근 아웃렛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자주 타러 가는 회전목마가 있어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앉히고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는데 이게 웬걸. 문체부 장관님의 유명한 멘트를 아이들이 시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찍지 말라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귀엽습니다.
그나저나 11월 중순인데 너무 포근합니다. 수능 한파도 전혀 없었고요. 날이 따뜻해서 좋기는 한데 겨울이 없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됩니다. 다음 주는 좀 달라지려나요. 일단 남은 휴일도 잘 마무리하여 아이들과 함께 또 한 주를 씩씩하게 보낼 채비를 하렵니다. 허니와 달콤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