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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Nov 02. 2024

What a colorful autumm!

가을 끝자락에서 형형색색의 자연을 만끽

지난 주말, 아들의 4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여러 군데에서 맞이했습니다. 요즘 아들이 푹 빠져 있는 카봇 부대가 일렬횡대로 도열하여 아들의 생일을 제일 먼저 축하해 주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사주신 사파리세이버, 고모로부터 선물 받은 킹가이즈라는 새로운 식구가 오늘부터 함께 합니다. 덕분에 아들의 카봇 친구들은 1개 중대급으로 병력 규모가 커졌습니다. 벌써부터 어린 나이에 대위급 대접을 받는 아들의 모습에서 의젓함과 귀여움이 동시에 묻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달콤 3반' 친구들이었던 아이들과 즐거운 핼러윈 파티를 겸한 생일잔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각자의 유치원, 어린이집 생활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아이들이지만 오늘만큼은 아들을 위해서 열심히 분장도 하고 키즈카페에서 함께 뒹굴며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생일 주간을 마친 아들, 그 뒤에서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딸은 과연 이번 한 주를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보냈을까요?

아들은 꿈같은 생일 주간을 뒤로한 채 맞이한 월요일 아침부터 대성통곡을 하였습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었기 때문이죠. 아마 저 같아도 싫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어린이집 선생님들께서 너른 마음으로 아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아들은 닭똥 같은 눈물을 금세 그치고 '위드팡팡' 시간을 신나게 보냈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꽃 모양의 매트에서 뒹굴고 악기를 연주하며 가을 분위기를 오감으로 감상하는 수업을 들었네요. 또한 나만의 단풍잎 마스크 만들기 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각자 만든 마스크에 대해 설명하는 활동도 전개하였습니다. 만 4세가 된 지 하루밖에 안 되었지만 아들의 공작실력이 향상되어 감을 느끼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허니는 이번주 목요일에 친구들과 함께 구리에 위치한 '곤충 생태관'을 다녀왔습니다. 이미 여주, 양평의 곤충 박물관을 통해 다양한 곤충의 종류와 습성에 대한 경험이 있어 곤충을 마주하는 자세가 유별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천성이 동물보다 사람을 좋아하는지라 곤충을 직접 만지고 다루기보다는 관찰하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엄마, 아빠랑 방문했을 때보다 친구들이랑 우르르 달려가 곤충을 보다 보니 평소보다 두려움이 덜했던 모양입니다. 두려운 와중에도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야겠다 싶었는지 여자친구들 앞에서 용감하고 씩씩하게 곤충을 만지는 시늉까지 보였다고 하네요. 허니가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지레짐작해 봅니다.

그리고 주중 마지막 날,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어린이집 근처를 산책하며 형형색색의 나뭇잎과 꽃을 채집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나뭇잎과 땅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 한지 위에 깔고 망치로 눌러 색을 물들이는 수업을 들었네요. 어린이집에서 마무리 한 작품을 놀이터에 가지고 와서 엄마아빠에게 큰 소리로 자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하원 직후에 가방에서 덤으로 받은 한지를 또 꺼내어 나뭇잎과 꽃을 물들여 복습하는 모습까지 선보인 허니였습니다. 넘쳐나는 학구열은 비록 10분 만에 사라졌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멋졌기에 마음껏 칭찬해 주었습니다.

같은 시각 만 1세 반 달콤이는 꿔다논 보릿자루 신세였던 지난 주말을 뒤로 한채, 누구보다 어린이집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스토리오감' 시간에는 저축을 주제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저도 즐겨 듣고 불렀던 '땡그랑 한 푼' 동요를 익히면서 반짝반짝한 동전을 저금통에 모으는 수업을 하였습니다. 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달콤이가 좋아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콤이는 놀이시간마다 요즘 부쩍 빠져있는 동요인 '손가락 놀이' 동요를 부르면서 동물 친구들을 하나씩 자신의 손가락에 끼우곤 합니다. 집에서도 '손가락 놀이 동요 부를래'라고 매일같이 요구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주말까지 쭈욱 손가락 놀이에 빠져있을 심산인 모양입니다.

점심 먹기 전 매일 어린이집 주변을 산책하는 활동을 하는 데 이번주 달콤이의 픽은 '바람개비'와 '머리띠'였습니다. 바람개비를 손으로 돌려보다가 친구들이 바람개비를 쥐고 뛰는 모습을 보더니 우사인 볼트 빙의한 것 마냥 놀이터 이곳저곳을 쏜살같이 달렸다고 합니다. 세게 뛰면 뛸수록 더 빠르고 많이 돌아가는 바람개비의 모습을 인지한 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까지 뛴다고 하니 '그래야 역시 우리 딸이지'라는 생각과 '어린이집 선생님들 힘드시겠다'라는 생각이 공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오물조물 예쁘게 만든 머리띠도 스스럼없이 잘 쓰고 다니는 모습에서 어린이집 선생님과 얼마나 많은 래포가 형성이 되었는지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머리띠... 집에서는 좀처럼 하는 법이 없거든요.

그리고 오빠와 마찬가지로 달콤이반 친구들도 곤충 생태관을 방문하여 곤충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오빠와는 달리 곤충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달콤이는 다른 친구들을 대신해서 곤충을 이래저래 만져보며 의기양양했다는 후문입니다. 여느 곤충박물관과 달리 이곳에선 거북이와 물고기, 닭 등 여러 동물들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어 볼거리가 풍성했다고 하는데요. 닭장 앞에서 '꼬꼬댁' 소리를 내며 흉내도 내고, 생태관 앞 자그마한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면서 현장체험학습을 재미있게 보냈다고 하네요. 점심도 2그릇이나 먹고요.

그렇게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낸 허니와 달콤이에게 특별한 순간이 한 번 더 찾아왔습니다. 바로 핼러윈을 맞이한 재능기부였는데요. 손재주가 좋은 학부모님 한 분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부위에 그려 예쁘게 꾸며주신 것이었습니다. 허니와 달콤이 모두 손등에 자신이 고른 예쁜 캐릭터를 하나씩 장만해 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여러 가지 알록달록한 색감을 다양한 방법으로 마주한 컬러풀한 한 주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허니와 달콤이의 어린이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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