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두 번째 주가 되면서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찾아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점퍼를 챙겨 입어야 할 정도로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그러나 한낮에는 20도에 육박할 정도로 포근한 날씨가 아직도 가을을 붙잡고 있는 듯합니다. 덕분에 한결 가벼웠던 아가들의 옷차림도 든든한 겨울 점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하원 후 놀이터에서 뛰어놀 때는 아직 많이 더워해서 얇은 옷으로 갈아입혀줍니다. 겨울이 오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부모님들이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날이 춥든, 덥든 열심히 어린이집 생활을 하는 우리 아이들. 이번주는 어떻게 보냈을까요?
만 3세 반 허니는 위드팡팡 시간에 귀여운 양이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풀 먹는 모습, 풀밭에서 뛰어노는 모습, 낮잠 자는 모습 등을 음악에 맞추어 신체 표현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귀여운 양 머리띠를 쓰고 허들을 폴짝폴짝 뛰어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와 함께 '카바사'라는 셰이커를 이용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비발디의 '양치기', 그레인저의 '양치기의 건초' 등의 음악을 신체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통합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었습니다.
'VR 액션큐 & 누리나래' 시간에는 낯선 사람이 부탁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요령을 배웠습니다. 낯선 사람이 무언가를 부탁하면 "어른이 저보다 힘이 세기 때문에 저는 도와줄 수 없어요."라고 분명한 태도로 거절하는 법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는데요. 저는 어릴 때 곤경에 처한 웃어른을 항상 도와드리라고 배웠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들이 배운 행동요령이 더 합리적이고 실생활에 유용한 방법이더군요. 또한 허니는 낯선 사람이 나의 신체를 만지려 하거나 으슥한 곳으로 데려갈 때 "싫어요"라고 소리치는 법도 학습하였습니다. 배운 내용을 복습할 때, 허니가 누구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고 하니 학습 목표에 잘 도달한 듯하여 뿌듯(?)했습니다.
같은 시간 만 1세 반 달콤이는 '스토리 오감 ' 수업을 통해 호랑이로 변신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대사를 하며 전래 동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흉내 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바구니에 직접 떡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하여 입으로 쏙 넣어 먹어보았다는 달콤이. 역시 예상대로 먹는 척만 하고 도로 뱉었다고 하니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절구 방아에 떡을 찧어보기도 하고, 콩고물에 떡을 묻혀 먹어보기도 하며 떡과 관련된 오감 표현을 풍부하게 할 수 있었던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허니와 달콤이 모두 최근에 소근육을 활용한 활동을 할 때 집중력이 부쩍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의 활동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허니는 고리 쌓기를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의 도움 없이 자신의 키 이상만큼이나 쌓을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습니다. 달콤이도 색깔 솜공을 정해진 통에 자유롭게 넣었다가 꺼내며 남다른 손놀림을 뽐내었습니다. 특히 찾아야 할 색깔을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면 금방 찾아 동일한 색접시에 담고 그 색깔의 이름을 모두 표현할 수 있었는데요. 자기에게 주어진 과업을 성취하는 경험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자기 효능감'이 상승하여 후속 학습도 별다른 수고 없이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성공에 대한 경험을 많이 제공해 주신 어린이집 선생님의 지혜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실은 지난주 수요일, 허니와 달콤이는 모두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둘째가 월요일부터 폐렴 의심 증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가족 돌봄 휴가'라는 제도를 알맞게 활용하여 수요일 오전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아 처음에는 기분 좋아했지만 막상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니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심심해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루 푹 쉬고 나니 다음날 둘 다 병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귤 따기 체험'을 해 낼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반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귤을 수확하여 가정에 가져갔습니다. 물론 아가들이 따온 귤의 맛은 맛있었고요. 귤이 맛있어지는 것을 보니 겨울이 한 발짝 더 성큼 다가옴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