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할머니께 안 입는 헌 옷을 한 꾸러미 드렸다. 동네에 헌 옷과 폐지를 모으는 이웃에게 준다 하신다. 종종 택배상자나 폐지를 모아두었다 드리곤 하는데 그때마다 고맙다며 먹을거리를 건네주시는 할머니. 오가다 마주칠 때마다 꼬박꼬박 인사를 드렸더니 날 알아보고 챙겨주신다. 이번엔 청계란과 떡이다. 이 비싼 계란을!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 예쁜 달걀이다. 지난번에는 할머니께서 시골에서 직접 띄운 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여섯 봉지나 주시더니! 매번 도움을 받기만 하고. 나는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까.
무슨 연유인지 여기저기서 먹으라고 내게 뭘 자꾸 챙겨준다. 목욕탕에서는 떡과 사과를 받고, 바다 건너 제주에 사는 지인이 보내온 감귤, 글 잘 쓰라고 영광 굴비와 쌀 한 포대까지. 많이 못 먹는 저질 위장을 타고난 거에 비해서 먹을 복은 있다는 것이 반전. 주변에서 밥 사주고 술 사주겠다는 아이러니. 이래서 또 배운다. 굶어 죽으란 법 없다. 아나바다. 베풀고 나누면 덤으로 받는다.
할머니가 주신 청국장으로 뚝배기에 보글보글 청국당 찌개를 끓였다. 겨울 한기에 뜨끈한 청국장 한 숟가락에 밥한술이면 추위야 물렀거라. 속이 든든해야 안 추워! 밥 다 먹고 가! 어린 시절 뭐가 급한 지 먹는 둥 마는 둥 밥을 뜨고 허둥지둥 집을 나서던 내 등에 꽂히던 엄마의 목소리. 청국장을 먹는 오늘따라 귓가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