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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희 Hong Jaehee Dec 27. 2024

부추전과 시금치 파스타



지난주는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해놓은 밥이 쉬어서 내다 버리기까지 했다. 남은 찬밥은 냉동고행. 그런데 냉동고에 밥을 얼려놓았다는 사실 자체도 까먹었다. 며칠 집을 비우거나 날마다 밥을 해 먹지 않으면 어느 날 열어본 냉장고 채소칸에 재료가 말라비틀어져 있다. 죄다 쓰레기봉투행. 장 본 돈이 아깝지만 어쩌겠는가.



그럴 때가 있다. 만사 귀찮아질 때. 그럴 때 집밥 해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다. 집에서 빠릿빠릿 잘해 먹다가도 어느 날 귀차니즘이 발동하면 죄다 내팽개친다. 일로 바쁘고 여기저기 나돌아 다녀야 할 때면 끼니를 집에서 꼬박꼬박 해 먹는 것도 일이다. 밖에서도 일하는데 집에서까지 일하기 싫다. 혼자 살면 좋은 점.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 없고. 눈치 보고 신경 쓸 사람 없고. 내가 해 먹고 싶을 때 해 먹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내 마음대로다.



시장에서 깻잎 두 봉지에 천 원. 양이 넘쳐나서 깻잎볶음도 모자라 무침 전까지 섭렵. 이로서 반찬 걱정 따윈 덜었다. 여름엔  오이가 풍년. 오이 세 개 천 오백 원. 콩국수에도 송송 썰어 올려 먹고 오이 부추 종종 버무려 무침으로도 해 먹는다. 오이가 찬 성질이라 속을 따뜻하게 보하는 열 내는 부추 같은 재료와 함께 그냥 밥 불려 죽 먹는다.


시장에서 부추 한 단을 샀다. 양이 너무 많아서 부추전 부추전 또 부추전. 부추 말만 나와도 질리게 질리도록 부쳐 먹었다. 그래도 부추가 남으면 부추를 밥에 올려 참기름과 간장 깨소금 뿌려 부추 비빔밥을, 곰탕이나 불고기를 낼 때 마지막에 부추를 올려 푸릇푸릇한 색감으로 입맛을 돋우게 하거나. 부추 페스토도 때때로 만들어 먹는데 부추가 그럴싸하다. 비싼 바질 대신 부추 한 단이면 페스토 한통이 거뜬히 나온다. 부추 페스토 파스타!


 물리고 물려서 부추 말만 나와도 토 나올 것 같을 때 즈음 토마토 시금치 파스타로 갈아탄다. 매일 한식 먹다 물리면 양식 중식 일식 잡탕식 아무거나 다 넣은 볶음밥까지. 집밥 해 먹기 싫증 날 때 밥 잘 먹는 비결이다. 뭐니 뭐니 해도 단출하고 소박한 밥상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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